호주 남동부 뉴사우스웨일스주(州)를 휩쓸고 있는 100여건의 대형 산불이 좀처럼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31일 시드니 인근에서 새로운 20여건의 산불이 발화해 주민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새로운 산불은 시드니 북동쪽에서 낙뢰로 인해 일어난 것으로 보이며 시에서 불과 25㎞ 떨어진 작은 마을들에 주민 소개령이 내려졌다고 관리들이 전했다. 시드니 남서쪽 80㎞ 지점의 힐탑 마을에도 산불이 일어나 주민 1천여명이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화마(火魔)가 인구 400만명의 시드니 시내를 덮치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삼림과 시 경계 사이에 완충지대를 설치하고 있다. 시드니 시내에는 현재 두꺼운 연기층이 시 전체를 뒤덮고 있으며 세계적인 미항(美港)과 해변은 온통 삼림재로 뒤덮여 있다. 어린이와 노인들은 호흡곤란을 호소할정도라고 현지 주민은 전했다. 서쪽 블루마운틴 국립공원의 시계(視界)는 채 100m도 되지 않을 정도다. 여기다 31일 아침에는 페이터 산악지역에서 또 산불이 발생해 수도인 캔버라도 위협하고 있다. 시드니 기상당국은 이날 도시 상공에 짙은 먹구름이 낀 점에 비춰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비바람이 몰아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기상학자들은 이번 주중 비가 내릴 확률은 적고 내리더라도 소량에 그칠 것이라면서 오히려 건조한 오지(奧地) 바람이 부는 섭씨 38도 이상의 더위가 1일부터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번 산불로 지금까지 호주에서는 4천400명여명의 주민이 대피하고 가옥 150여채가 소실됐으며 수천㏊의 삼림이 전소해 최소한 5천만 호주달러(미화 2천550만달러)상당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국립공원 손실과 캥거루, 왈라비(작은 캥거루), 코알라 등 야생 동물자원의 피해까지 감안하면 돈으로 따지기 어려운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당국은 이와 함께 자연발화 외에 방화로 인한 산불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관리들은 사우스웨일스주를 휩쓴 100여건의 산불 중 절반 가량이 방화범에 의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은 현재 8명의 방화용의자를 체포해 조사중이며 이들에게 법정최고형인 징역 14년형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시드니 시 당국은 유례없는 화재 피해에 직면한 가운데서도 전통적인 신년축하 불꽃놀이를 강행키로 해 관심을 끌고 있다. 오페라 하우스를 배경으로 한 시드니항(港)의 불꽃놀이는 세계적인 관광행사지만 이번에는 가뜩이나 뿌연 대기를 더욱 오염시킬 뿐이라며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은 실정이다. 당국은 사적으로 불꽃놀이를 하는 사람은 최대 징역 5년형과 11만 호주달러의 벌금형을 내리는 등 강력 단속키로 했다. (시드니 AP=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