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하기 위한 군사적 노력이 별다른 성과없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라덴 색출이미국의 최우선 순위에서 밀려난 듯한 낌새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 29일자에서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빈 라덴을 찾아내려는 힘의 원천을 상당 부분 상실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지난 21일 전세계에 퍼져있는 알-카에다 조직원을체포하고 새로운 테러공격을 사전 인지할 수 있는 서류들을 찾아낼 것이라는 기대감속에 아프가니스탄 토라 보라에 산재한 수백개의 동굴을 최대한 빨리 확인해야 할급박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엿새가 지난 지난 27일 지금까지 토라 보라의 동굴에서 발견한 자료에서는 "비교적 한정된" 정보 가치만을 지니고 있었다고 언급, 한발짝 뒤로 물러섰다. 뉴욕 타임스는 또한 미국과 아프간의 군 당국자들을 인용, 토라 보라 지역에 미특수부대 대원 50여명이 남아있으나 이들은 동굴수색 작전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않고 있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는 현재 해병대와 육군 수백명을 토라 보라로 파병하려던 계획을 보류한 채 아프간 군벌에 돈과 방한복을 제공하면서 이들에게 동굴 수색을 맡기고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동굴 수색에 큰 열정이 없던 아프간 군벌들도 추위가 심해지면서 동굴을 수색하는 병사의 수를 크게 줄였다는 것이 군 당국자들의 전언이다. 이처럼 미 행정부가 느슨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데는 빈 라덴의 소재에 관한 정보의 부재라는 한계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방부 당국자들은 불과 2주전까지만 해도 빈 라덴이 토라 보라 동굴속에 숨어있다고 강조해 왔으나 빈 라덴의 소재가 오리무중 상태에 빠지고, 심지어는 파키스탄으로 도망갔다는 언론 보도마저 나오면서 수색작전을 서두르지 않으려는 듯한 낌새가 역력하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도 29일자에서 부시 대통령이 지난 28일 빈라덴이 아프간에서 미국이 달성하려는 목적의 유일한 부분은 아니라고 강조했다고보도하면서 이는 미국이 이번 대(對) 테러전에 대한 접근방식을 변경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시 대통령은 텍사스 크로포드 목장에서 가진 이날 기자회견에서 빈 라덴을 반드시 추적해 잡겠다고 공언하면서도 빈 라덴 체포 임무의 중요성을 평가절하하려고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편 유누스 카누니 아프간 내무장관은 30일 이란 TV와 가진 회견에서 파키스탄정보기관인 ISI가 빈 라덴이 아프간을 탈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고 BBC 방송이 보도했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kangfa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