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에 대한 테러 경계령이 내려진 가운데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24일 자정 바티칸에서 성탄미사를 집전하고 유대교, 이슬람교,기독교 신도들이 평화를 구현하기 위해 협력하라고 촉구했다. 교황은 또 전쟁과 사회적 긴장, 고난으로 점철된 현실을 개탄하고 빛과 희망의 해결책을 기원했다. 관례대로 성베드로 바실리카 성당에서 열린 자정미사에서 교황은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는 전쟁, 사회적 긴장, 고난으로 올해 성탄절을 맞은 우리 마음은 불안하고 걱정스럽다"면서 "우리 마음을 안심시킬 수 있는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자"고말했다. 교황은 "끔찍한 뉴스 제목들을 볼 때마다 빛과 희망의 말이 꿈 속의 말처럼 들릴 수도 있다"며 어지러운 현실을 개탄했다. 이날 성탄미사에서 기도문은 러시아어, 스와힐리어(동부 아프리카와 콩고의 공용어), 독일어, 필리핀의 타갈로그어 등으로도 낭독됐다.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영어, 독일어, 폴란드어로 된 캐럴 송이 울려퍼졌다. 자정 미사에 앞서 교황은 이날 저녁 평화의 촛불에 점화하기 위해 저택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냈다. 교황의 저택 밖에는 수천명의 관광객과 신도가 성베드로광장앞에 전시된 실물 크기의 말구유와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기 위해 몰려와 비를 맞으며 성탄행사를 지켜봤다. 현지 경찰은 교황청과 성베드로 광장이 테러범의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언론의 경고가 잇따라 제기된 가운데 대(對)테러 대책의 일환으로 금속탐지기 등을 설치하고 교황청을 찾은 신자들의 가방과 지갑을 일일이 조사했다. 그러나 예년과 그다지 다른 모습은 벌어지지 않았다. 앞서 호아킨 나바로-발스 교황청 대변인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베들레헴 성탄미사 참석을 금지한 이스라엘 정부의 조치를 `독단적'이라고 비난하고 아라파트 수반의 미사 참석을 위해 교황청이 `외교적 조치'를 취했다고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대한 봉쇄조치를 고수해 아라파트 수반의 연례 베들레헴 성탄미사 참석이 끝내 무산했다. 아라파트 수반은 1995년 이후 베들레햄에서 거행된 성탄절 자정미사에 한번도 빠짐없이 참석해 왔다. 이스라엘은 지난 10월 발생한 레하밤 지비 이스라엘 관광장관 암살사건의 범인들을 체포할 경우에만 아라파트 수반의 베들레헴 방문을 허용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바티칸시티 AP AFP=연합뉴스) youngb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