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임시정부와 페론당은 페소화 평가절하를 실시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제3의 통화' 정책을 제시했다. 현재 공식 유통되고 있는 페소화와 달러화 이외에 정부가 마음대로 찍어낼수 있는 '제3의 통화'를 발행,최근 폭동을 유발한 노동자와 연금생활자들에게 돈을 원활히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경제회생 방안이 아니라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대중들의 인기를 얻기 위한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오히려 통화혼란을 가져와 경제불안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달러에 대한 페소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평가절하나 달러를 자국의 통화로 받아들이는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평가절하 왜 못하나=아르헨티나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 중의 하나로 평가되는 페소화 평가절하를 실시하면 엄청난 경제적 혼란과 국민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내려가고 달러부채가 많은 농가와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가파른 인플레이션과 은행들의 연쇄도산도 예상된다.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색채가 짙은 페론당이 대선을 앞두고 이 같은 모험을 감행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3의 통화'실효성 의문=임시정부는 대안으로 제3의 통화를 들고 나왔다. 상세한 내용은 다음주께 발표될 예정이나 전문가들은 달러화에 고정된 페소와는 달리 달러화와 바꿀 수 없는 '불태환 화폐'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미 부에노스아이레스등 24개 지방정부는 유동성이 부족한 페소화 대신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채권(약식차용증)을 공무원 등의 봉급으로 지급해 왔다. 전문가들은 제3의 통화는 IOU와 유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경제회생에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달러라이제이션 부상=일부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아르헨티나가 '달러라이제이션'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존스홉킨스대학 스티브 핸크 교수는 "경제주권의 상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정부와 정치인들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페소화 대신 가장 믿을 만한 화폐인 달러를 자국 화폐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