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이은 후속 테러전의 대상에 동남아시아를 포함시킬 것인 지 여부를 검토중인 가운데 이 지역 국가들은 미전투부대의 배치를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IHT)이 14일 보도했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3개국 정부 당국자들은 미국이 제안한 이지역 테러리즘 대처방안중 많은 부분이 도움이 되는 것들이지만 파병 논의는 안된다고 못박고 있다. 이들 3개국은 미 정부 당국자들이 최근 알-카에다 조직망 소탕을 위한 확전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목한 7개국에 포함됐다. 이들 국가의 당국자들은 미 정부가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이 지역 단체들과의 전투에 미군이 개입하는 것은 국가 주권에 대한 모욕으로 비춰질 수 있으며,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이슬람교도들 사이에서 반미 감정이 급속도로 고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 외무부의 와히드 수프리야디 대변인은 인도네시아에 미군을 파병하는 것은 논외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그것은 전혀 불가능하다"면서 "그러한 행위는 주권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입장은 분명하다. 우리는 테러리즘에 맞서 싸울 것이나 우리가 지닌 합법적 틀을 사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마하티르 빈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난 주 말레이시아가 '제2의 아프간'이 되지 않도록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활동을 계속 감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국방부 당국자는 테러리즘과의 전쟁에 미군이 개입할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이기 때문에 말레이시아 정부는 미군을 끌어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지역 국가중 미국의 대테러전에 가장 적극적인 파트너인 필리핀도 미군 파병문제에 대해서는 마찬가지 입장이다. 지난달 워싱턴에서 개최된 양국 정상회담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필리핀 남부에 미군을 파병, 아부 사야프 반군과의 전투를 돕겠다고 제안했으나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은 이를 즉각 거절했다. 이들 국가가 이처럼 미군 파병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각기 식민 지배라는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필리핀은 스페인과 미국,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 말레이시아는 영국의 식민 지배를 각각 받은 바 있다. (파리=연합뉴스) 현경숙특파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