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11일 공개한 오사마 빈 라덴 9.11 테러계획 인정 관련 비디오 테이프에 대해 영국과 파키스탄 등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맹방들은 테러 공격에 책임 있는 자들을 뿌리뽑기 위한 아프가니스탄전을 정당화해주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반면 중동지역의 많은 아랍인들은 이 테이프가 빈 라덴의 범행에 대한 증거를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심지어 조작됐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빈 라덴이 9.11 테러 공격 개입을 자랑함으로써 그의 범행을 확인해주고 있다"면서 "우리와 미국 및 국제 동맹국들이 아프간에서 취하고 있는 행동이 정당하다는 사실을 전적으로 입증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스트로 장관은 이 비디오 테이프가 "빈 라덴이 인명을 완전히 경시하고 있는 엄연한 증거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토니 블에어 총리실도 비디오 테이프의 질이 빈약함에도 불구하고 진짜라는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미국 과학자들이 이테이프에 나오는 빈 라덴의 목소리와 이전 테이프들의 목소리들을 여러 차례 비교검토했다고 밝혔다. 라시드 케레시 파키스탄 정부 대변인은 "9.11 자살공격을 찬양하는 빈 라덴의모습과 테러에 의한 파괴가 예상을 넘었다는 그의 말로 미루어 그가 테러 공격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면서 "미국의 아프간전에 대한 파키스탄의 지지가올바른 결정이었음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캐나다와 이스라엘도 이 비디오 테이프 공개를 환영하면서 빈 라덴의 테러 공격관련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으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공보부의 한 고위관리는 빈라덴과 그의 테러 조직 알 카에다가 단독으로 9.11 테러 공격을 감행했음이 입증됐다면서 팔레스타인이 9.11 테러 공격에 개입됐다는 근거없는 추측이 이제 종식되게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동지역의 많은 아랍인들은 이 비디오 테이프가 빈 라덴이 테러 공격에개입됐다는 사실을 확신시켜주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테이프의 음질이너무 좋지 않아 토착 아랍어를 쓰는 사람들조차 미국이 제공한 번역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아랍 세계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집트 카이로 소재 이슬람운동의 전문가인 디아 라시완은 카타르 위성방송 알자지라로 비디오 테이프를 시청하면서 "이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9.11테러를 주도한 것으로 묘사된 모하메드 아타의 아버지는 `연극', `위조' `조작' 등의 표현으로 이 테이프의 진위에 대해 강력히 의문을 제기했다. 모하메다 알-아미르 알-사예드 아와드 아타(65)는 이날 카이로에서 가진 AP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세계가 (모하메드 아타라는) 이름을 말하고 있다"면서 "빈라덴도 그 이름을 미국으로부터 들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요르단의 정치 분석가인 라비브 캄하위는 "이 비디오 테이프가 기껏해야 빈 라덴이 테러 공격을 찬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뿐, 그의 책임을 입증해주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런던.카이로.이슬라마바드 AP.AFP=연합뉴스) h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