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마무리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향후 행보에 대한 갖가지 소문이 중동 지역에 떠돌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이 8일 보도했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취재중인 프랭크 가드너 BBC 기자는 많은 이집트 국민들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아프간 공격이 완료되면 이라크를 공격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집트 국민들은 가드너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이슬람 세계를 압박하고 있다"며 "이라크가 공격을 받을 경우 아랍국가들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아랍연맹과 일부 아랍국가들은 "미국과 서방국가들이 또 다른 아랍국가를 공격할 경우 대테러전에 대한 아랍권의 지지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이처럼 미군의 확전 가능성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가드너 기자는 당분간 미군의 이라크 공격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최근 대테러전의 다음 단계에 대한 어떤 결정도 내려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우익 강경파들이 확전 계획을 강행한다면 이라크가 공격목표의 1순위가 될 전망이다. 이는 이라크가 대량 살상용 무기를 재구축하고 있다는 의혹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고 이라크가 유엔의 무기 사찰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 대한 서방국가들의 반감과 테러조직인 알-카에다와 이라크가 연루됐다는 일부 정황 증거들도 이라크가 미국의 차후 공격목표가 될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이와 관련, 나지 사브리 이라크 외무장관은 가드너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라크는 잘못을 저지른 적이 없으며 서방국가들이 제기하고 있는 의혹들은 이라크를 정복하기 위한 음모"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이라크측은 미군의 공격에 대비해 연료를 비축하고 보안군들을 재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전문가들은 만약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기로 결심하면 몇몇 특정 표적을 공격하는 형식이 아닌 대규모 공격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이스라엘 지지에 대한 아랍권의 반감이 고조되고 있고 이라크는 탈레반과 달리 대규모 정예병들을 거느리고 있는데다 이라크내에는 북부동맹과 같은 반군 조직이 없어 미국의 이라크 공격 결단은 쉽게 내려지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미국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키더라도 북부의 쿠르드족과 중부의 수니파, 남부의 시아파 등으로 나눠져 있는 이라크 전역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특파원 c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