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조직인 알-카에다를 배후 조종하는 핵심인물이 오사마 빈 라덴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빈 라덴이 알-카에다의 '도구'에 불과하며 이 조직을 움직이는 실세들이 따로 있다고 사우디아라비아의 나예프 내무장관이 주장했다. 사우디 왕자인 나예프 장관은 지난 8일 인터뷰를 통해 자신은 빈 라덴이 아닌 다른 실세들이 알-카에다를 조종하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하면서 빈 라덴이 체포 또는 살해되더라도 알-카에다가 와해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0일 보도했다. 나예프 장관은 알-카에다를 움직이는 실세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으나 "조직의 정점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름들이 있다"고 말하고 사우디 출신의 빈 라덴은 9.11테러와 그외 최근의 작전들을 배후조종한 인물이라기 보다는 '도구'와 같은 존재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는 "언론의 관점에서는 빈 라덴이 알-카에다라는 피라미드 조직의 정점에 위치하고 있으나, 내 생각으로는 그가 이 조직의 정점에 위치한 인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빈 라덴이라는 인물이 없었더라도 9.11테러 참사가 발생했었을 것으로 본다면서 "빈 라덴이 무고한 인물이라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를 수년전에 체포했더라도 테러 참사를 막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그러나 나예프 장관의 이 발언에 대해 사우디 정부가 9.11테러 참사와의 연루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사우디 출신인 빈 라덴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자 하는 노력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빈 라덴은 지난 1994년 사우디 국적을 박탈당했으나 여전히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존재이며, 특히 일부 관리들은 사석에서 이집트 출신인 아이만 알-자와히리를 알-카에다 내에서 가장 과격한 인물로 묘사하곤 했다. 나예프 장관은 미국 수사당국이 9.11테러 당시 여객기 납치범들의 절반 이상을 사우디 출신 인물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과 관련, "진실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자신은 사우디 출신이 테러범의 다수를 이룬다는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특파원 kangfa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