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의 반(反) 탈레반 병력이 8일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처로 알려진 북동부 토라 보라 지역을 포위해 압박하는 가운데 탈레반이 물러난 남부 칸다하르에서는 반 탈레반 파벌 진영 간 충돌이 발생하는 등 혼란이 가중하고 있다. 미국의 지원을 받는 하르자트 알리 사령관의 북동부 지역 병력은 이날 잘랄라바드 남쪽 30㎞ 지점의 눈덮인 토라 보라 산악지대에서 아랍계 알 카에다 조직원들과치열한 교전을 벌였다. 미군 B-52 폭격기는 이날 오후 12시50분 (한국시각 오후 5시20분)께 알 카에다 진지가 있는 멜라와 산에 엄청난 양의 폭격을 가해 거대한 연기구름이 치솟았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현지 전투를 지휘하는 알리 사령관은 "사흘전 알 카에다 포로 한명을 붙잡았는데 빈 라덴이 이 곳에 숨어있다 산 정상으로 이동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신의 뜻이라면 오늘 혹은 내일 그를 순교시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른 사령관들도 수 일내 빈 라덴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키스탄의 전직 관료는 빈 라덴이 이미 지난달 아프간을 떠났다고 주장하는 등 빈 라덴의은신처를 놓고 설이 난무하고 있다. 탈레반 최고지도자 모하메드 오마르가 조건부 항복을 선언한 칸다하르에서는 반탈레반 진영 지역사령관들이 서로 도시의 통제권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아프간이슬람통신(AIP)과 칸다하르를 빠져나온 피란민들은 현재 어떤 파벌도 통제권을 장악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굴 아그하 칸다하르 전 지사를 따르는 병력은 자신들이 시를 장악했다면서 탈레반이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밝힌 물라 나키불라 사령관 휘하 병력과 싸울 준비가 돼있다고 경고했다. 아그하 전 지사의 잘라 칸 대변인은 아그하 사령관이 지사 관저에 들어갔고 나키불라 사령관에게 사람을 보내 항복하든지 맞서 전투를 각오하든지 둘 중 하나를택하라는 통첩을 보냈다고 말했다. 칸 대변인은 또 "오마르를 우리가 잡지는 못했지만 나키불라 사령관에게 잡혀아직 칸다하르 안에 있을 것"이라며 "오마르는 범죄자이기 때문에 그가 나키불라 사령관과 함께 있더라도 반드시 추적해 측근들과 함께 처단하겠다"고 말했다. 칸다하르 주민들과 파키스탄 접경지역 소식통은 탈레반 항복과 동시에 나키불라사령관이 이끄는 병력이 시내에 먼저 진입했고 곧 이어 아그하의 병력도 들어왔다면서 양측이 교전을 벌여 아그하 쪽 병사 5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미군은 최소한 1천명 이상의 해병대 병력을 칸다하르 남쪽에 진주시켜 놓고 있으나 아직까지 파벌간 혼돈상황에 개입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워싱턴 포스트 회견에서 이와 관련해 "칸다하르의 현 상황은 마치 `서부활극'과 같다"고 말했다. 미군 해병대의 마틴 콤턴 중령은 오마르의 신병처리에 대해 "그가 빠져나갔다는 소식과 잡혀 있다는 얘기가 동시에 들려오고 있다"며 혼돈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군 해병대원들은 앞서 칸다하르를 떠나 남부 산악지역으로 향하던 탈레반 잔류 병력과 맞닥뜨려 이들 중 7명을 사살했다고 파키스탄 소식통들이 전했다. 이미수백명의 탈레반 잔류병사들이 칸다하르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부 아랍계 자원병들은 무장한 채로 시내에 남아 있다고 소식통들은 덧붙였다. 한편 유엔은 아프간내 치안유지를 위한 다국적 평화유지군 구성에 앞서 준비작업을 수행할 7명의 실사단 파견을 준비하고 있다. 카불의 유엔 관계자는 "뉴욕 유엔본부에서는 군과 경찰, 법 집행기관 관계자들도 대표단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들은 병참과 보안상황을 점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 접경도시 페샤와르에서는 독일 본의 아프간 정파회의에 참여했던 아프간 4개 정파 중 한 정파가 유엔측에 향후 총선에 대비하기 위해 유권자 등록 준비를촉구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카불 AFP=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