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정권이 최후 거점인 칸다하르를 버리고 항복했음에도 불구하고 오사마 빈 라덴과 무하마드 오마르의 행방은 오리무중인 가운데, 투항을 거부하는 탈레반의 지도부와 잔당은 7일 도주 와중에도 미군 및 반(反)탈레반군과 교전을 벌이는 등 막바지 전투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탈레반 잔당을 소탕하기 위해 지상군 병력을 증파하고 칸다하르 남부 사막에 주둔중인 해병대를 이동시키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대(對) 아프간 전쟁을 총괄하고 있는 토미 프랭크스 미국 중부사령관은 이날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칸다하르의 혼란스런 상황이 며칠 더 진행될 것 같다면서 탈레반 지도부를 완전소탕하기 위해 병력 이동을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미국이 고려하는 방안들 가운데는 칸다하르 남부에 주둔중인 1천500명의 해병대병력을 칸다하르로 이동 배치하고 지상군 병력을 증파하며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 주둔 미 공군의 지원을 확대하는 것 등이 포함돼 있다. 이날 칸다하르 외곽에서는 도주하던 탈레반 잔당들이 미해병대 병력과 충돌, 교전을 벌였다. 미 해병대는 이들의 탈출을 막기 위해 무장헬기와 지상병력 등을 동원했다. 이와 관련, 프랭크스 사령관은 이들을 추격하진 않고 탈출을 봉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탈레반의 항복에도 불구, 빈 라덴과 오마르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프랭크스 사령관은 탈레반이 칸다하르를 포기하는 과정에서 오마라르 탈출한 것으로 보인다는 현지 보도에 대해 "탈레반 최고 지도부의 소재에 대한 첩보들이 모두 일치하지는 않고 있다"면서 "그가 어디 있는지는 전혀 모르지만 그렇다고 그가 사라졌다고는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영국 PA통신은 현지 반군지휘관들의 말을 인용, 동부 토라보라 지역에서 빈 라덴을 닮은 사람이 목격됐다는 보고가 있었으며 그의 아들이 동굴 속에 갇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한 반군 지휘관은 자신의 부하들로부터 빈 라덴을 닮은 사람이 4명의 부하를 대동하고 말을 탄 채 전선을 방문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으며, 다른 반군 관계자는 빈 라덴의 아들이 아직 동굴속에 갇혀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탈레반 귀순자는 탈레반이 무기를 반납하기 시작할 때 오마르가 칸다하르를 떠나 피신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반탈레반군은 미군의 지원 아래 빈 라덴과 알-카에다 간부들이 숨어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동부 토라보라 일대 산악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파키스탄의 한 정보 소식통은 "토라보라내 대부분의 지역이 반탈레반 진영의 통제하에 있다'며 "아랍계로 구성된 알-카에다 병력이 은신처를 포기하고 산악 지대에 흩어져 있다가 전열을 정비하기 위해 파키스탄의 파라치나르 지대로 뻗어 있는 화이트산맥과 멜라와쪽으로 이동중"이라고 말했다. 토라보라 산악지대를 공격하고 있는 한 반탈레반군 사령관은 7일에는 별다른 공격을 하지 않았지만 8일에는 강력하게 밀어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탈레반이 포기한 칸다하르의 치안이 극도로 불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라크 미 국방부 대변인은 "가치있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나 아직 상황을 파악할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으며, 프랭크스 사령관은 현지 상황에 대한신빈성있는 평가가 나오려면 2-3일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토라보라 워싱턴 AP.AFP=연합뉴스) hong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