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무기협약(BWC) 제5차 평가회의가 9.11테러사태와 탄저균 파동에도 불구하고 생물무기위협에 대한 국제적 대응책을 제시하지 못한채 7일 협상을 중단하고 3주간의 일정을 끝냈다. 제5차 평가회의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미국이 제안한 협약 불이행과 검정의정서처리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였으나 절충점을 모색하는데 실패했다. 이에 따라 당사국들은 만장일치로 채택하도록 되어 있는 최종선언문에 대한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이날 저녁 본회의를 휴회한 상태에서 내년 11월11일부터 22일까지 제5차 평가회의 후속회의를 속개, 협상을 계속해나기로 했다. BWC는 지난 80년 1차 평가회의를 가진데 이어 86년부터 5년 마다 평가회의를 열어 협약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후속조치를 협의해왔으나 협상결과를 담은 최종선언문을 채택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이날 생물무기개발국으로 공개 지목한 북한, 이라크, 이란, 리비아, 시리아, 수단 등 6개국을 겨냥, BWC 불이행 문제를 최종선언문에 포함할 것을 제안했으나 쿠바, 이란, 이라크 등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미국은 BWC 검증의정서 초안작성을 위해 지난 94년 발족된 특별협상기구의 폐지를 전격적으로 요구, 검증의정서의 백지화를 사실상 주장함으로써 서방진영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했다. BWC는 화학무기협약(CWC)과는 달리 협약이행을 감시할 수 있는 검증제도가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자 생물.세균무기의 개발, 생산, 보유 실태를 확인할 수 있는 검증의정서 채택을 위한 특별협상기구를 설치하고 초안 작성 시한을 이번 5차 평가회의로 설정한바 있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 7월의 제24차 특별협상기구 회의에서 "검증의정서 초안은 협약에 대한 신뢰를 증잔하지 못할 뿐 아니라 생물무기를 개발하려는 국가들을 저지하지도 못한다"며 수용거부를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제안을 5차 평가회의에서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미국의 특별협상기구 폐지 요구는 기존 BWC 체제로는 생물무기 확산과 테러 위협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는 인식과 함께 다자적인 협력과 제도를 통하기 보다는 미국의 주도적인 노력에 의해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비동맹은 물론 서방진영내 상당수 국가들은 미국의 제안은 상호 방문.사찰 등을 통해 자국 첨단산업 정보의 유츨을 우려한 자국 이익 보호에 비중을 둔 것이며 대량파괴무기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다자군축노력에도 역행하는 처사라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물무기의 개발.생산.비축 금지 및 파기를 규정하고 있는 BWC는 지난 72년 제정됐으며 남북한을 비롯해 144개국이 가입해있다. (제네바=연합뉴스) 오재석 특파원 o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