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손정의 사장과 몇분간 시간을 보내게 된다면 그는 십중팔구 컴퓨터 화면앞에서 야후재팬의 고속 인터넷접속서비스인 '야후BB'의 시범을 보여줄 것이다. 우선 오사마 빈 라덴에 관한 뉴스동영상을 보여준 후 일본 록그룹 글레이의 연주를 틀어준다. 손 사장은 "야후BB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브로드밴드(광대역통신망) 접속서비스"라며 "일에 미쳐있는 우리 엔지니어들이 이것을 만들어냈다"고 웃으면서 말한다. 야심찬 글로벌 인터넷벤처펀드회사인 소프트뱅크의 사장이자 최고경영자(CEO)가 서비스를 개시한지 5개월된 야후BB에 집착하는 이유가 있다. 이 서비스의 전송속도는 일본이나 미국 한국의 기존 서비스보다 두배가량 빠르다. 손 사장은 야후BB가 최근 허우적거리고 있는 회사의 운명을 다시 돌려놓을 대히트작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서비스에 이미 20만명이 가입했으며 1백50만명 이상의 고객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더구나 야후BB는 소프트뱅크가 51%의 지분을 갖고 있는 대형포털 야후재팬의 단순한 부가서비스가 아니다. 이 서비스를 통해 소프트뱅크는 온라인주식중개업체 E트레이드를 비롯한 일본내 자회사들을 더 빠르고 수익성이 좋은 브로드밴드 영역으로 이전시킬 계획이다. 손 사장은 소프트뱅크에 대한 나쁜 소식들을 받아칠만한 게 필요하다. 소프트뱅크는 1990년대 중반 이래 6백여 인터넷및 무선 회사에 투자해 왔다. 손 사장은 투자초기 야후와 E트레이드 등에 투자해 큰 성공을 거뒀다. 소프트뱅크의 총 보유주식 평가가치가 1백50억달러에 달하던 1999년까지만해도 손 사장은 전세계에서 인터넷전도사로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첨단기술주의 거품 붕괴와 함께 그의 명성도 사그라들었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많은 회사들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주가도 크게 떨어졌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11월말 4억4천8백만달러규모의 사상 첫 반기손실을 발표했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1999년말 2천억달러에서 현재 약2백70억달러로 줄어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일본의 경기침체로 인해 이 회사의 핵심사업인 소프트웨어유통판매와 신규사업인 온라인금융서비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손 사장은 수익성 측면에서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이미 적자를 내고 있던 온라인채권중개회사를 폐쇄시켰으며 수익을 내지 못하는 많은 회사들을 과감하게 정리할 계획이다. 또 당분간 남미와 유럽지역에 대한 투자도 동결할 방침이다. 신규투자를 중단한 것은 아니다. 소프트뱅크는 시스코시스템과 함께 환태평양 지역의 브로드밴드 벤처에 투자하기 위해 10억달러의 자금을 조성했다. 손 사장은 하루에 19시간을 야후BB에 쏟아붓고 있다. 그는 내년말께 이 서비스가 1백5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손 사장은 전자상거래업체들이 야후BB 가입자들을 기반으로 한 대대적인 마케팅을 통해 매출을 크게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손 사장은 여전히 인터넷이 모든 것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이 맞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소프트뱅크에 대한 압력이 완화되는 것은 아니다. 손 사장은 이제 지금까지 강력히 지지해온 최첨단기술들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 정리 = 국제부 Inter@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