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간 분쟁으로 국토가 양분된 동부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의 그리스계와 터키계 지도자가 4일 4년만에 처음 회담을 갖고내년 1월 중순부터 분쟁해결을 위한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국제사회에 의해 승인된 그리스계 지도자인 글라프코스 클레리데스 키프로스 대통령과 터키계인 라우프 덴크타슈 북 키프로스 터키공화국 지도자 간의 역사적인 만남은 이날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5시) 니코시아 시내 완충지대인 즈비그뉴 블로소비츠 유엔 대표 관저에서 이뤄졌다.

회담에는 알바로 데 소토 유엔 특사가 배석했으며 두 지도자는 4분 간격으로 관저에 도착해 내부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 100여명의 취재진을 향해 나란히 포즈를취했다.

회담이 끝난 뒤 소토 특사는 성명을 통해 "아무런 전제조건없이 모든 문제를 향후 협상에서 다루기로 했다"며 "두 지도자는 포괄적인 해결이 이뤄질 때까지 신의를갖고 협상을 계속한다는데 합의했으며, 모든 것이 합의되기 전에는 어떤 것도 합의될 수 없다는 원칙에 공감했다"고 전했다.

현지 외교소식통들은 다음주 벨기에 라에켄에서 열릴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을앞두고 이같은 합의가 이뤄짐에 따라 키프로스 분쟁 해결에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기대하고 있다.

특히 내년 중 키프로스의 EU 가입협상이 시작되기 때문에 서방외교관들은 터키계 지도자측에 이번 회담이 평화협상을 위한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키프로스 분쟁은 남부 그리스계와 북부 터키계 지도자들이 서로 반목해 남북에서 독자적인 통치권을 행사함에 따라 발발했으며, 74년 터키의 키프로스 침공으로니코시아를 비롯한 섬 전역에 일종의 완충지대인 `그린 라인'이 설치돼 있다.

양측은 97년 스위스에서 마지막으로 회담을 가진 뒤 그동안 유엔을 통해 협상을벌여왔다. 두 지도자는 이날 회담에서 차를 마시며 상당히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월 중순 쯤으로 보이는 다음 회담도 유엔 대표 관저에서열릴 것으로 보이며, 실질적인 평화협상 장소로는 뉴욕과 제네바가 꼽히고 있다.

한편 키프로스의 EU 가입에 반대하고 있는 터키는 이날 회담후 뷜렌트 에체비트총리가 발표한 성명을 통해 협상을 시작하기로 한 것은 기쁜 일이지만 이는 북 키프로스 터키공화국의 인정 하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논평했다.

(니코시아<키프로스> AP.AFP=연합뉴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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