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루히토(德仁.41) 황태자의 부인 마사코 황태자비(37)가 1일 오후 여자 아이를 출산하자 일본 열도는 온통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그러나 일본 국민과 언론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마사코 황태자비의 8년만의 첫출산이 `여자 로열 베이비'로 결론이 나자 내심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일본 황실에서는 지난 1965년 황태자의 남동생인 아카시노가 출생한 이후 남자아이를 얻지 못해 황태자 이후의 천황계승 문제를 놓고 `걱정'을 해 왔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황실규범에 의해 남성만이 황위를 계승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일본 황실의 남성 7명에 대해서는 황위계승 순위가 정해져 있으며, 나루히토 황태자는 승계 1순위이다. 이번에 마사코 황태자비가 남자 아이를 낳았다면, 그 아이는 승계서열 2위에 오르게 돼 있었으나, 여아 탄생으로 이같은 `시나리오'는 무산됐다. 일본 황실 역사상 여성 천왕은 1천여년 전에 8명이 있었으나, 그 이후로 황위는`금녀(禁女)의 성역'으로 치부돼 왔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마사코 황태자비의 임신소식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활발한 논의가 있었던 여성의 황위계승권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전망이다. 하지만 출생한 아이의 성별을 떠나 일본은 12월 첫 날 마사코 황태자비가 아이를 출산한 사실 자체에 들뜬 분위기이다. 올들어 대량실업, 광우병파동, 미국 테러참사 등 우울한 소식만 있다가 모처럼 밝은 소식이 전해졌다며 일본 시민들은 축하한다는 뜻의 `오메데토우'를 연발했다. 천황의 거처인 황거(皇居) 주변에는 많은 시민들이 몰려 아이의 탄생을 축하했다. 특히 경제계에서는 마사코 황태자비의 출산으로 유아관련 주가의 급등 등 경기전반에 로열 베이비 붐이 조성될 것에 한껏 고무돼 있다. 한 민간경제연구소는 황태자비의 출산에 따른 경제효과가 14조엔에 이를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내놓은 바 있다. 거리의 시민들도 "이번 출산으로 일본의 경기가 좋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는등 기대감을 표시했다. 일본의 공영 NHK 방송은 물론 민영방송들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일제히 마사코 황태자비의 출산소식을 전하면서 특별 생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일본 방송은 이날 오전부터 뉴스시간마다 마사코 황태자비의 출산임박 소식을 전하느라 여념이 없었고, 이에 따라 저녁으로 예정된 한일 월드컵 조추첨에 대한 관심은 뒷전으로 밀렸다. 마사코 황태자비의 친정이 있는 도쿄의 메구로(目黑) 인근의 꽃가게에서 출산기념 꽃을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으며, 일부 상점에서는 유리창에 `출산 축하합니다'라는 글을 써붙이기도 했다. 또 그의 고향인 니가타(新潟)현 무라카미(村上)시에서도 주민들이 여아의 출산을 축하하는 플래카드를 내거는 등 축제분위기였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특파원 ksi@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