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중.일 4개국 학자와 연구원 30여명은 29일 로스앤젤레스에서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UC)가 주최하고 UCLA 한국학연구소 등이 공동후원한 `일본의 반인도적 범죄에 관한 국제회의'에서 주제발표와토론을 통해 위안부.강제징용 등 일본의 전쟁범죄를 집중 조명했다. 1년여간 회의를 준비해온 장태한 리버사이드대 교수(소수인종학과)는 "이번 행사 목적은 미국 등 국제사회에 일본의 만행을 인식시키고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배상을 받아낼 수 있도록 국제연대를 구축하기 위한 데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진행중인 한인 위안부.징용소송 원고측 변호인인 배리 피셔 변호사는"미국은 나치 독일 강제노역 피해배상소송에서 유럽의 희생자들을 도와 결국 독일기업으로부터 수십억달러의 합의금을 받아내도록 했으나 아시아 피해자들에 대해선 일본편을 들어 이들의 정의추구 노력을 실질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며 "법정투쟁을 통해 제한적 범위에서라도 진실을 규명하고 사과와 배상을 받아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야시 히로후미 일본 간토(關東)-가쿠인대 교수는 "일본의 군위안부제도 도입과 발전은 당시 일본의 모든 군(軍)조직과 행정조직의 총제적 개입에 의해 이뤄졌다"며 "일본 기업도 공범자였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지량 중국 상하이(上海)사범대교수는 "위안부제도는 군사적 성노예제도로 일본 군국주의 전쟁범죄의 중요한 부분이며 여성인권을 짓밟은 가장 폭력적 성범죄"라고 비난했다. 강정숙 한국정신대연구원 연구원은 "사쿠(콘돔) 제조업체인 오카모토주식회사는 민수가 거의 중단된 상황에서 이제 생산품 거의 모두가 군위안소에서 비인도적 목적으로 쓰이는 군수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자기이윤 증식을 위해 사쿠를생산했다"고 밝혔다. 김민영 군산국립대 교수는 "일본의 국유철도, 연락선, 상선, 여행사는 모두 징용 노무자 및 위안부들의 동원 및 연행을 알고도 의도적으로 돕고 이익을 누렸다"면서 "당시 일본이 통제경제 또는 동원체제가 일반적이었다 하더라도 해당 기업들이결과를 예상할 수 있었던 만큼 결코 전쟁관련 책임이 무효화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창록 부산대 교수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및 그 부속문서의 조문을 살펴볼 때 한국인 개인의 권리까지 포기했는지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본 법률 144호(한일협정에 근거, 한국인의 대일청구권을 일방 제한) 역시 일본국 헌법을 위반한 소지가 있는 만큼 개인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최봉태 변호사는 "현재 일본에서 벌어지는 재판의 결과만을 놓고 보면 정의롭지 못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으며 이는 일본 사법부가 가지는 한계"라며 "인류 역사상위안부와 강제징용과 같은 반인도적 범죄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재판에서 법적 정의가 세워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75)씨와 징용 피해자 장용달(80)씨는 증언을 통해 일본의 만행을 고발하고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했다. 한편 30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회의에는 남한사회주의노동자연맹(사노맹)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99년 사면복권된 백태웅(39)씨가 국제법과 인권 분야 토론 사회자로참석했다. 서울대 총학생회장(법학과 81학번)을 지낸 백씨는 복권후 미국 유학길에 올라인디애나주 노틀담대 법과대학원(로스쿨)에서 석사를 마치고 현재 국제인권법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 특파원 coowon@a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