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의 주모자로 지목되는 오사마 빈 라덴이 아프가니스탄 동부 잘랄라바드의 남서쪽 산악지대에 고립.은신해 있으며 미국 병력이 그를 수색하기 위한 지휘부에 편입됐다고 뉴욕 타임스가 현지 행정부 고위 관리들을 인용, 29일 보도했다. 잘랄라바드에 미군이 위치해 있다는 징후나 미군의 군사 행동이 임박했다는 가시적인 징후는 없지만, 미군 병력이 잘랄라바드에 주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처음 확인된 것이다. 자칭 잘랄라바드 행정부인 `동(東)슈라'의 하지 자만 사령관은 이날 자신이 미군 장교들과 "단독으로" 만났다고 밝히고, "당연히 나는 그들과 접촉하고 있지만,빈 라덴과 알-카에다 조직을 제거하는 것이 의제라는 점 밖에는 얘기해 줄 수 있는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유일한 결정은 그들을 제거한다는 것이며, 반드시 그렇게 할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슈라의 정보 책임자인 소흐라브 콰드리 역시 미군의 잘랄라바드 진입 소식을 들었으며 이를 승인했다고 확인했다. 자만 사령관은 자신이 잘랄라바드 남서쪽 35마일 지점의 토라 보라에 가려는 부족 지도자들을 호송해 줄 것을 (미군에) 요청했다면서, "빈 라덴과 알-카에다 고위조직원들이 그곳에 은신해 있는 것으로 90% 확신한다"고 말했다. 앞서 토미 프랭크스 미국 중부군 사령관은 지난 27일 처음으로 토라 보라와 잘랄라바드 남쪽 산악지역이 "우리가 매우 조심스럽게 관측하고 있는 두곳 가운데 한곳"이라고 밝혔다. 다른 한 곳은 탈레반이 저항을 계속하고 있는 남부 칸다하르다. 자만 사령관은 29일 "최근 많은 미국 대표들과 대화를 갖고 정보를 교환했으며빈 라덴 수색에 협조할 것을 약속했다"고 밝히고, "그가 토라 보라에 있다는 점을오늘 아침까지만해도 70%가량 신뢰했지만, 지금은 90%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부 낭가하르주에 위치한 토라 보라는 사람과 노새외에는 통과할 수 없는 험악한 산악 오솔길을 통과해야만 도달할 수 있는 곳이며, 이 오솔길은 파키스탄에 대한마약 밀매루트로 이용되기도 한다. 현지 아프간 사령관들은 2천명의 잘 훈련된 외국 자원병들이 알-카에다와 함께그곳에 은신해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 잘랄라바드의 상점 주인들은 소수의 아랍인들이 지난 2주동안 현지 시장에서 보급품을 구입하는 것이 목격됐다고 전하고 있다. 자만 사령관은 미군이 잘랄라바드 공항 사용을 요청했는지 여부와 미군측 누구와 대화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미군측 상대방이 군 정보기관 장교들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미 국무부, 마약단속국, 중앙정보부 등은 잘랄라바드의 정치.군사.행정부 인사들과 오랫동안 접촉해왔다. 자만 사령관은 이밖에 자신이 신와리, 모흐만디, 쿠기야니 등 현지 3대(大) 부족 대표들에게 가능한 빨리 토라 보라에 대표단을 파견할 것을 요청했다면서 이들이알-카에다의 아랍인 동조자들에게 떠날 것을 회유하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강일중 특파원 kangfa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