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미국의 걸프전 전황을 단독 보도하며 종군기자로서 세계적 명성을 날렸던 전 CNN 기자 피터 아넷이 과거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초라한 모습으로 아프가니스탄 취재를 떠난다. 전쟁취재가 특기라고 할 만큼 그의 종군기자 경력은 화려하다. 걸프전에서의 활약상은 이미 전 세계에 알려져 있으며 그에게 퓰리처상 수상의 명예를 안겨준 월남전 취재, 오사마 빈 라덴 인터뷰를 포함한 구 소련 침공 후의 아프간 취재 등이 그의 주요 전쟁취재 경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아프간전쟁 초기에 그에게 취재역할은 주어지지 않았다. 26일자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아넷이 나름대로 그간의 경력을 들어 일부 언론사들에 취재역할을 맡겨줄 것을 요청으나 신통치 못한 반응만 얻었을 뿐이다. 그 스스로도 그같은 결과에 놀라지는 않는 눈치다. 아넷은 "내가 전쟁취재에 많은 경험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CNN에서 해고된 기자며 '흠집이 있는 상품'인 만큼 일자리를 갖는다는 것이 힘들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98년 월남전 때 미군이 신경가스를 사용했다는 CNN의 오보와 관련, CNN을 그만 두었다. 아넷은 당시 논란이 일면서 자신은 제작자들이 일방적으로 준 원고를 읽었을 뿐이라고 항변했으며 CNN은 당초 그를 징계만 했으나 1년 후 합의에 의해 아넷은 사표를 제출했다. 올해 67세인 그는 이번에 TV프로그램공급업체인 BNN의 기자로서 아프간에 가며 그가 취재한 뉴스는 BNN을 통해 미국, 독일, 호주, 영국 등의 방송사에 제공된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kangfa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