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북부 최후 보루인 쿤두즈에서 탈레반 병사와 외국인 자원병들의 투항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북부동맹 압둘 라시드 도스툼 장군 휘하의 선발대 병력이 25일 쿤두즈에 입성했다. 그러나 쿤두즈에서 투항, 마자르-이-샤리프 외곽으로 이송된 외국인 자원병들이 수용소에서 폭동을 일으켜 수백명의 자원병이 사망하는 등 일부 과격 외국인 병사들의 저항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또 탈레반 남부거점 칸다하르에 대한 반군의 압박공세속에 아프간 최대부족인 파슈툰족 등 아프간 부족 원로지도자 70여명이 탈레반에 철수를 촉구하고 나서는 등 탈레반 입지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아프간이슬람통신(AIP)은 도스툼 장군 휘하 병력 2천500여명이 서부전선에서 시내로 무혈 입성, 수시간만에 도시의 70%를 장악했으며 투항하는 탈레반 병사들에 대한 무장해제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북부동맹의 아쉬라프 나딤 대변인도 이날 위성전화를 통해 미르 알람 장군이 쿤두즈에 진입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지난 12일간 북부동맹 포위망에 갇혀있던 쿤두즈의 탈레반 군이 완전 투항할 경우 탈레반은 남부 칸다하르 주변을 제외한 아프간 전역에서 사실상 모든 통제권을상실하게 된다. 탈레반측 사정에 정통한 AIP통신은 이날 도스탐 장군 휘하 북부동맹 선발대 병력이 쿤두즈에 무혈 입성했으며, 탈레반측은 쿤두즈의 통제권을 북부동맹측에 양도했다고 전했다. 탈레반은 또 쿤두즈와 부근지역에서 철수를 시작했으며 군사진지를 잇따라 도스탐 부대에 인계하고 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도스탐 장군이 이끄는 반군은 특히 이날 북부지역 군지휘관 회의를 열어 모하마드 다우드 장군을 쿤두즈 지역을 통치할 주지사로 임명하는 등 본격적인 접수작업에착수했다. 앞서 북부동맹은 쿤두즈 동쪽 20㎞ 지점의 카나바드 마을을 무혈 접수했다. 사드레딘 장군은 "사방에서 밀고 들어와 마을을 장악했고 모든 탈레반 군은 항복했다"고 말했다. 카나바드에 있던 북부동맹 탱크 7대는 쿤두즈를 향해 진격 중이다. 북부동맹은 탈레반 고위 사령관 중 한명인 누랄라 누리가 투항해 마자르-이-샤리프로 압송됐다면서 쿤두즈내 탈레반 병사와 외국 자원병들의 투항이 이날 밤 완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AIP는 지난 며칠 사이 쿤두즈의 탈레반 병사와 아랍, 파키스탄, 체첸계 용병 2천명이 투항했다고 보도했다. 쿤두즈 서쪽에서 진입한 알람 장군 부대는 별다른 저항없이 시내로 진입했으며, 병사들은 "가자, 쿤두즈로"라고 외치는 등 사기가 충천해 있었다고 북부동맹 대변인은 전했다. 나딤 대변인은 간밤에 1천100명 가량의 탈레반 병사들이 투항했다면서 이들 가운데 아프간 출신들은 포옹 등으로 환대받고 안전한 귀향을 약속받았지만 외국인 용병들은 오사마 빈 라덴과의 연계 여부를 조사받기 위해 억류되고 있다. 북부동맹을 이끌고 있는 부르하누딘 랍바니 전 대통령은 이와 관련,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외국인 지원병들은 유엔이 신병이 인도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빈 라덴에 충성하는 강경파 외국인 자원병들이 순순히 투항할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최근 쿤두즈에서 포로로 잡혀 마자르-이-샤리프 외곽에 임시 수용됐던 외국인 자원병들이 이날 수용소에서 폭동을 일으켜 수백명의 자원병이 사망했다고 북부동맹측이 밝혔다. 북부동맹 대변인은 이날 전날 투항한 외국인 자원병들이 마자르-이-샤리프 외곽의 한 요새에 마련된 수용소에서 폭동을 일으켰다면서 이같이 밝히고 이들 지원병은수용소 문을 부수고 탈출을 시도했으며 밤새 경비병들과 전투를 벌였다고 전했다. 또 투항한 체첸계 용병 2명은 24일 마자르-이-샤리프의 한 군사기지에서 북부동맹 장교에게 수류탄을 투척, 끝까지 저항했다고 부르하누딘 랍바니 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수류탄 투척으로 나디르 알리 장군이 사망하고 옆에 있던 아사드 장군 등 2명이 부상했다. 다른 한명의 용병도 북부동맹 군이 수색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자 스스로 수류탄을 터뜨려 자살했다. 이밖에 빈 라덴의 핵심 측근 중 한명으로 알려진 우즈베키스탄 출신 군벌 주마나망가니(32)가 지난 9일 북부동맹과 교전 중 입었던 부상 후유증으로 사망했다고 북부동맹의 다우드 칸 장군이 25일 전했다. 한편 아프간 부족원로 지도자 70여명은 이날 탈레반에 대해 유혈사태 발생을 막기 위해 남부거점 칸다하르를 포기해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아프간 최대부족 파슈툰의 영향력 있는 지도자 이자툴라 와사피는 이날 파키스탄 남서부 퀘타에서 열린 부족원로회의를 마친 후 "탈레반측이 평화적으로 집권을 포기, 유혈사태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지금"이라며 탈레반의 철수를 촉구했다. (카불=연합뉴스) 이기창특파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