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취재활동을 벌이던 외국 기자들이 잇따라 피살되는가 하면, 이 나라에서 인도적 지원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유엔 및 비정부 기구들이 약탈행위에 노출되는 등 아프간이 무법천지로 변모하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은 물론, 아프간 탈레반 역시 언론인 및 국제 구호단체에 100%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어 유엔 등이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에릭 팔트 유엔 대변인은 22일 "불안정한 상황이 인도품 제공에 가장 큰 장애로남아있다"면서, "우리의 트럭 운전사들은 비무장으로, 운명이 전적으로 무장한 사람들의 손에 달려있는 형편이며, 당국에 보호를 요청하는 것외에 만일 사고가 발생할경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유엔은 앞서 21일 아프간 북부의 마자르-이-샤리프와 동부의 잘랄라바드에 위치한 유엔과 다양한 비정부 기구 사무실들이 약탈당했다고 발표했다. 북부동맹이 통제하고 있는 마자르-이-샤리프에서는 유엔 소속의 모든 차량과 사무용품 및 통신장비가 모두 도난당했으며, 파슈툰족 군벌들이 장악하고 있는 잘랄라바드의 가르데즈에서는 유엔 지뢰제거반 사무실이 무장괴한들의 침입을 받아 직원들이 구타당하고 두대의 차량을 빼앗겼다.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 역시 동부 호스트주(州)의 사무실이 약탈당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 19일 200t의 구호품을 싣고 남부의 스핀볼다크를 출발해 서부 헤라트를 향하던 WFP 소속 5대의 차량이 무장세력의 습격을받아 모든 물품을 빼앗겼다고 밝혔다. 현재 가장 위험한 수송루트 가운데 하나는 서부 파키스탄 접경지역에서 잘랄라바드를 거쳐 카불로 연결되는 고속도로로, 지난 19일에는 이 도로상에서 4명의 서방기자가 무참히 살해됐다. 팔트 대변인은 북부동맹이 무장 경호를 약속했다고 소개한뒤, "구호품을 실은차량 안전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가 논의돼야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과 동맹국은 22일 아프간 전역에서 구호품 선적에 대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켄턴 키스 대변인은 "우리 동맹은 구호품의 안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는 동맹만의 책임이 아니며 동맹 역시 현시점에서는 아프간내 모든 도로에 대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엔은 이에 따라 비용 부담은 크지만 우회로를 개발하거나 항공기를 이용한 배급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비교적 안전한 아프간 북부의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을 통한 물자배급을 고려하고 있다. 한편 지난 19일 네명의 서방 기자에 이어 22일에도 3명의 서방 기자들이 아프간에서 살해됐다고 북부동맹 관계자가 이날 확인했다. 그는 그러나 이날 살해된 기자들의 신원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탈레반 외무부의 나지불라 세르자이는 이날 탈레반이 안전을 더이상 보장할 수 없다면서 탈레반 지역에 남아있는 외국 기자들에게 조속히 떠날 것을명령했다. 언론인들에게는 2시간의 짐 꾸릴 시간이 주어졌으며 파키스탄 국경인 차만을 통해 철수해야한다. (카불.스핀 볼다크.테헤란 AFP.dpa=연합뉴스) ci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