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창'이냐 아들의 '방패'냐"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 그의 장남인 탤런트 고이즈미 고이치로가 동일한 이슈를 놓고 정반대 입장에서 맞서게 돼 화제다. 부자지간을 창과 방패로 만든 직접적인 동기는 발포주(發泡酒)의 세금 인상문제. 맥주와 흡사한 발포주는 맥아함량이 25% 미만이라는 이유로 주세가 맥주의 절반인 3백50ℓ캔당 36.75엔밖에 되지 않아 절대적 인기를 얻고 있다. 소비자 값이 캔당 약 1백60엔으로 맥주보다 60엔 이상 저렴해 맥주,발포주를 합한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맥주 수요가 발포주로 옮겨가면서 세수 구멍이 커지자 일본 정부는 발포주 세금을 맥주 수준으로 올리기로 했다. 하지만 우연하게도 발포주 시장에서는 고이즈미 총리의 장남 고이치로가 광고 모델로 활약 중이다. 지난 여름 탤런트 관문을 뚫은 그는 산토리의 모델로 10월부터 등장,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배경이야 어찌됐든 한 손에 발포주를 든 고이치로는 주당들에게 시원한 한잔을 권하고 있다. 반면 총리인 아버지는 수요에 찬물을 끼얹을 세금 인상 쪽에 서게 됐다. 맥주회사들은 "믿을 곳은 소비자 뿐"이라며 조세저항에 기댈 속셈이지만 부자간 대결은 결과에 관계없이 보는 이들의 흥미를 북돋울 게 분명하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