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저균 파동을 계기로 생물무기에 대한 국제적 우려와 대응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생물무기협약(BWC) 제5차 평가회의가 오는 19일부터 12월7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다. 특히 지난 7월 BWC에 대한 검증의정서 초안을 거부했던 미국은 탄저균과 천연두종균 등을 이용한 생물무기개발을 방지하기 위한 새로운 제안을 이번 제5차 BWC 평가회의에서 제시할 계획이어서 그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생물무기의 개발.생산.비축 금지 및 파기를 규정하고 있는 BWC는 지난 72년 제정됐으며 남북한을 비롯해 144개국이 가입해있다. BWC는 지난 80년 1차 평가회의를 가진데 이어 86년부터 5년 마다 평가회의를 갖고 협약 이행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생물무기 개발 및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협의해왔다. 이번 제5차 평가회의에서는 미국의 수용 거부로 협상이 중단된 검증의정서 초안처리 문제와 탄저균 테러공포 확산에 따른 국제적인 대응 및 BWC체제 강화방안 등이 핵심 현안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사국들은 BWC가 화학무기협약(CWC)과는 달리 협약이행을 감시할 수 있는 검증제도가 결여됨에 따라 생물.세균무기의 개발, 생산, 보유 실태를 확인할 수 있는 검증의정서 채택을 위한 특별협상기구를 지난 94년 발족시켰다. 한국 등 60여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특별그룹회의는 각 진영의 이해가 엇갈려 논란을 거듭해오다 지난 96년 특별회의를 소집, BWC 본협약에 대한 5차 평가회의때 까지 검증의정서를 초안을 마련하기로 시한을 설정했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 7월의 제24차 특별그룹 회의에서 "의정서 초안은 생물무기협약을 검증할 능력을 개선하지 못하고 협약에 대한 신뢰를 증진하지 못할 뿐 아니라 생물무기를 개발하려는 국가들을 저지하지도 못한다"는 이유로 수용을 거부했다. 미국의 BWC 검증의정서 초안 거부는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교토의정서 일방 탈퇴선언과 함께 다자주의를 외면한 일방주의의 발로라는 국제적 비난의 대상이 됐다. 미국이 검증의정서를 거부한 배경에는 현장방문 내지 강제사찰을 받게 될 경우 각종 특허와 지적재산권 등의 보호를 받고 있거나 고도의 보안을 유지하고 있는 최첨단 산업기술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그러나 9.11 테러공격에 이어 탄저균 테러 공포가 시급한 안보현안으로 부상하자 종전의 방침을 바꿔 개인이 테러공격을 위해 생물무기를 구입.제조.입수하는 것을 범죄행위로 규정해 처벌토록 하는 내용의 새 제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뉴욕타임스는 보도한 바 있다. 생명.유전공학의 발전으로 군사적 목적과 상업적 활용의 이중 용도로 쉽게 전용이 가능한 특성을 갖고 있는 생물무기는 원자탄에 비해 제조가 훨씬 용이하고 비용도 적게 들면서 대량살상의 파괴력을 보유하고 있고 외부의 감시를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그동안 검증제도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제네바=연합뉴스) 오재석 특파원 o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