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이 수도 카불에서 전격 철수한데 이어 동부와 중부지역들마저 쉽게 포기하는 등 급속히 와해되고 있는이유는 무엇일까.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14일 의회연설을 통해 탈레반 정권이 "총체적인 와해과정"에 처했다고 말했듯 탈레반은 그동안 장악해온 국토의 대부분을 내주고 남부의산악지대로 집결, 산악 게릴라전에 대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 정권이 급속 붕괴되고 있는 이유로는 두달째 접어든 미국의 무자비한 공습과 북부동맹의 대공세, 아프간 최대 부족인 파슈툰족의 이탈 및 무장봉기 등이 꼽힌다.


탈레반이 1990년대 파키스탄의 지원 아래 카불을 점령할 수 있었던 것처럼 북부동맹도 미군의 대규모 공습 덕에 예상보다 쉽게 점령지를 넓혀가고 있다.


미국의 무자비한 융단 폭격이 이어지면서 탈레반으로서는 북부동맹의 공세에 저항할 능력을 상당부분 상실했기 때문에 주요 거점들에서 퇴각하고 있다는 것이 BBC방송 등의 분석이다.


BBC방송은 아프간 최대종족인 파슈툰족 지도자들 가운데 굴 아가 셰르자이 전(前) 칸다하르 주지사가 반(反) 탈레반 봉기에 가세, 파슈툰족의 봉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가는 망명지인 파키스탄의 퀘타에서 1천명의 군대를 이끌고 아프간에 진격,이미 아프간에 잠입한 파슈툰족 지도자 하미드 카르자이 등과 손잡고 탈레반 붕괴작전을 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르자이의 탈레반 붕괴작전에는 미국의 공작이 있었다. 존 스터플빔 미 합참차장은 아프간 남부에서 파슈툰 족 지도자 포섭작전을 벌여왔다고 밝혔다.


강력한 이슬람 율법으로 무장한 탈레반의 강권정치가 계속되면서 탈레반에 대한지지도가 약해진 상태에서 파슈툰족이 등을 돌린 것은 전쟁이 이미 결정적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점도 한몫 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강경파인 탈레반과 운명을 함께할 경우 탈레반 정권 붕괴후 새 정부 구성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될 수도 있다는 파슈툰족의 우려가 결국 탈레반과의 관계단절이라는선택을 하도록 만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탈레반 봉기에 나선 파슈툰족중 두라니스 부족은 탈레반 정권 권력에서 배제돼평소 길자이스 부족 위주의 강경파 탈레반에 불만을 품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주도의 대(對)테러 동맹국들과 유엔등 국제사회는 아프간 전쟁이 개시되자마자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킨 후 탄생시킬 거국정부에서 탈레반 강경파를 철저히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여기다 탈레반의 지나친 원리주의로 국제적인 구호활동까지 어려움을 겪으면서국민생활이 어려워진 것도 탈레반에 대한 지지약화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와 함께 탈레반으로서는 카불등의 영토장악이 전략적으로 그리 중요하지 않을수도 있다.


험준한 산악지대를 무대로 장기적인 게릴라전으로 미국과 맞서겠다고 천명해온탈레반은 이미 정예병사들과 각종 화기들을 남부의 험준한 산악 동굴과 요새 등에 집결해 놓았다.


방어가 어려운 국토들을 포기하는 대신 총체적인 전력을 격전장이 될 산악지대에 집중시켜 향후 미국과의 산악전투에 대비하자는 전술이 탈레반에 보다 유리할 수있다는 시각에서 전략적 후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전술을 채택했다면 아마도 아프간을 침공했던 옛 소련군과의 전투나 북부동맹과의 내전경험등이 크게 작용했을 수 있다.


탈레반은 1990년대 중반 내전상태의 아프간 영토 대부분을 장악했던 북부동맹을공격해 북부를 제외한 거의 전 영토를 차지한 경험이 있다.


그래도 탈레반이 북부 전략요충지 마자르 이 샤리프, 수도 카불, 동부 잘랄라바드등 6개주와 중부지역등을 쉽게 내주고 있는 `깊은 속내'를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특파원 chkim@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