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국 정보기술(IT) 업계 최대 이벤트는 홍콩의 양광(陽光)위성TV와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신랑왕(新浪網)의 전략적 제휴다. 양광 위성망과 신랑왕 콘텐츠가 결합한 것으로 미국의 AOL과 타임워너 제휴와 유사하다. 그 중심에 양란 양광TV사장(楊瀾.32)이 있었다. 그는 포브스지 선정 중국 제56위 재력가. 보유자산은 약 8억5천만위안(1위안=약 1백55원)에 달한다. "1990년 대학(베이징외국어대) 졸업 때의 일입니다. 친구에게 286컴퓨터를 빌려 밤새 논문을 정리했습니다. 논문이 다 완성돼 가고 있을 때 컴퓨터가 갑자기 꺼졌지요. 밤샘 작업이 순간적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때부터 정보기술 분야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양 사장이 IT 업계에 진출하게 된 동기다. 그가 문화방면 기업가의 길을 걷게 되는 역사적 사건이 미국 유학시절 찾아온다. 미국 컬럼비아대 미디어학과(석사과정)를 전공하던 그는 동료와 함께 '2000년 한 때'라는 제목의 2시간짜리 다큐멘터리를 기획한다. 이 작품의 탄탄한 구성에 매료된 컬럼비아케이블TV가 이를 저녁 7시 황금대에 방영했고, 곧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유학생활을 마치고 홍콩으로 돌아온 양 사장은 다큐멘터리 기획작업을 계속한다. 펑황(鳳凰)위성TV가 '양란 작업실'이라는 고정 프로그램을 준 것. 98년 4월에 방영되기 시작한 '1백년 위대한 인물' 프로그램은 홍콩 중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히트를 쳤다. 문화사업에 자신이 생긴 그는 남편(우정.吳征)의 도움을 받아 홍콩증시 상장 위성방송인 량지(良記)를 사들였다. 양광위성TV의 전신이었다. 양 사장은 양광TV를 중국 전통문화 전문 채널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중국과 중국인, 중국문화 등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의 프로그램은 중국에서보다 해외에서 더 인기가 높다. 당연히 해외 인지도가 높아졌고, 해외 다국적 기업의 광고가 밀렸다. 양 사장의 등장 이후 양광의 주가는 꿈틀꿈틀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 9월 베이징에서 열린 신랑왕과의 전략적 제휴 발표 기자회견장. IT업계 진출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돈을 얼마나 번다는 것은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전 세계에 전달할 수 있는 중국문화의 폭이 더 넓어졌다는데 의미가 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낄 뿐이다" 젊은 기업인 양란의 답변이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