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협의체로 영향력이 확대돼가고 있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이 미국의 아프간공격에 대한 지지여부를 놓고 의견대립을 보임으로써 지역연합에 금이 가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아세안은 지난달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담에 이어 5일과 6일 브루나이에서 한.중.일과 함께 아세안+3 정상회담을 갖고미국등이 주도하는 대(對)테러전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아세안+3 정상들은 APEC에서와 마찬가지로 필리핀 주도로 9.11테러사건에 대응하는 대테러전쟁을 지지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으나 주최국인 브루나이의 하사날볼키아 국왕이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세안은 미국의 아프간공격에 따라민간인 희생자가 날로 늘어가고 있는데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는 별도의 입장을 표시하는 등 회원국들간에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회원국들은 공동선언문을 채택하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의견대립을 보여 선언문의 내용이 당초 필리핀 등이 의도했던 것과는 상당히 달라졌고 정상들간의 입장도미묘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선언문을 주도한 필리핀의 글로리아 아로요대통령은 APEC에서와 마찬가지로미국이 주도하는 대테러전을 지지함은 물론 아프간에 대한 공격에 아세안이 함께 참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펼쳤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세계최대의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주도국들에 의해 테러리즘에 대한 원칙적인 응징을 지지하는 선으로 축소조정됐다. 오히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아프간에 대한 미국 등의 공격이 즉각 중단돼야 한다는 공격반대 의견을 내놓아 로돌포 세베리노 아세안 사무총장을 비롯한 집행부관계자들의 입장을 곤란하게 했다. 이들 국가들은 국내 이슬람세력들의 계속되는 반대시위와 야당의 공격등을 감안,테러에 대한 응징에는 찬성하지만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당하고 있는 아프간에 대한공격은 중단돼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두 나라 외에 주최국인 브루나이와 싱가포르, 베트남 라오스 등도 테러리즘에대한 응징은 유엔과 국제기구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비슷한 입장을 보이고있어 아세안은 아프간공격을 지지하는 나라보다 반대하는 국가가 더 많은 상황이다. 베트남의 외교관계자들은 지금까지 대외적인 영향력은 크지 않지만 결속력에서만은 어느 지역기구보다도 탄탄했던 아세안이 대테러전에 대한 입장차이로 인해 단합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천득렁 베트남 국가주석은 이러한 아세안 국가들간의 의견차이를 조정하기 위해오는 10일부터 가장 의견차이가 큰 인도네시아와 브루나이, 필리핀을 차례로 방문할예정이다. 아세안은 이번 브루나이 정상회담에서도 한국이 제안한 동아시아 자유무역지대설정에 앞서 아세안 자체의 자유무역지대설정에 합의하는 등 지역간 경제문제 협의에서는 아직도 뛰어난 결속력을 자랑하고 있다. (하노이=연합뉴스) 권쾌현특파원 khk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