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의 유력한 배후 용의자인 오사마 빈라덴은 3일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기독교와 이슬람간의 종교전쟁이라고 규정하고 유엔내 아랍 회원국 정상들을 "이단자"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아프간에 은신중인 빈 라덴은 이날 아랍 위성방송 알 자지라를 통해 방영된 비디오 녹화 연설에서 미국 주도의 공습을 지지하는 코피 아난 사무총장은 "범죄자"이고, 유엔에 협조하는 아랍 지도자들은 이슬람을 배반한 "이단자"라면서 격렬한 비난을 퍼부었다. 이 비디오 연설이 언제, 어디에서 녹화됐는지는 확실치 않으며, 빈 라덴이 알자지라 방송에 출현한 것은 공습 후 7일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이다. 이번 발언은 아랍 및 이슬람 정상들이 일부 참석한 가운데 오는 10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를겨냥해 나온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빈 라덴은 또 미국이 아프간 공습을 정당화할만한 "어떤 증거도 갖고 있지 않다"면서 "아프간인들은 9.11테러와 아무 관계가 없는데도 민간인, 여성, 어린이, 무고한 사람들을 몰살해가면서 공습이 계속되고 있다"고 규탄했다. 빈 라덴은 팔레스타인, 보스니아, 수단, 소말리아, 카슈미르, 체첸 등 세계 도처의 분쟁에서 이슬람이 당하고 있는 불공정한 행위들을 범죄자 코피 아난이 정당화했다면서 "우리 이슬람인들이 매일 살해당하고 있지만 유엔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않는다"고 질타했다. 그는 "우리는 유엔과 비이슬람 때문에 고통을 겪어 왔으며, 계속 고통을 겪게될 것"이라며 "유엔에서 우리 문제를 풀고자 하는 사람들은 위선자들이며, 유엔이우리의 고통을 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예언자 모하메드 시대 이후 가장 격렬한 십자군전쟁을 맞아 아프가니스탄의 종교와 형제를 지키기 위해" 이슬람인들이 나서야 한다면서 재차 성전을 촉구했다. 빈 라덴은 그러나 자신이 이끄는 테러조직 알 카에다와 탈레반이 9.11테러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분명히 부인하지는 않았다. 이 비디오에서 얼룩무늬 전투복과 하얀 터번 차림을 한 빈 라덴은 갈색 천을 배경으로 왼쪽에 칼라슈니코프 기관총을 들고 오른손을 내내 흔들어가면서 30여분간연설했다. (두바이.카이로 AFP.AP=연합뉴스) k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