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룽지(朱鎔基) 중국 총리는 중국에서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한 사실을 중국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시인했다. 주 총리는 31일 발간된 독일 시사주간지 슈테른과 회견에서 "중국은 오늘날 인권을 존중하는 국가가 됐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중국에서 인권이 침해되는 사례가 있다. 인권 침해는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나는 일이지만 아마도 중국에서더 자주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지도자가 스스로 인권침해 사례를 시인함에 따라 한국인 마약사범에 대한 중국 당국의 사형집행과 고문의혹을 둘러싼 한-중간의 논란과 관련해 주목되고 있다. 주 총리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이뤄진 이 회견에서 "중국의 인권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며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고 중국의 사형집행자 수가 많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인민이 공분하는 흉악 범죄자들을 극형에 처하고 반체제 인사들은 사형시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른바 민주화 운동단체 소속의 해외망명 중국인들로부터 자료를 얻은 국제 앰네스티가 중국 인권 상황에 대해 주장하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면서 "반체제 인사들은 사형을 시켜야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지 않다"고 해명했다. 그는 "민주주의는 무조건 서구 모델을 따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서구의 체제를 전세계에 확산하려는 시도들이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가져온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31일부터 3일간 독일을 방문하는 슈뢰더 총리는 중국 지도자들에게 중국의 인권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전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슈뢰더 총리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국제 앰네스티는 슈뢰더 총리에게 중국의 인권상황에 대해 비판을 가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송병승 특파원 songb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