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31일 아프가니스탄 남부의 탈레반 거점이자 9.11 테러 이후 처음으로 외국 기자들이 방문한 칸다하르를 비롯, 수도 카불과 북부의 마자르-이-샤리프에 공습을 가했다고 목격자들과 탈레반의 한 대변인이 밝혔다. 미군의 칸다하르 공습으로 역내 단드시(市)의 한 병원과 인근 주택이 피폭, 13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했다고 병원 관계자가 전했다. 칸다하르의 한 목격자는 미군의 공습이 이날 "오전 5시(현지시간)께 시작돼 아침까지 진행됐으며 폭탄들이 시내와 시 주위의 탈레반 기지들에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FP 통신은 미군의 이번 공습으로 칸다하르 시내 한 병원과 그 인접 주택이 피폭, 여성과 어린이 5명을 포함해 13명이 숨지고, 5명의 의사가 다쳤다고 부상한 이병원의 한 의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탈레반 정권은 앞서 지난 9.11 테러가 발생한 이후 처음으로 탈레반 사령부가위치한 칸다하르에 외국인 기자 20여명을 초청했으며, 이 기자들은 30일 탈레반의손님자격으로 칸다하르 중심가의 외무부 영빈관에 도착했다. 칸다하르 병원 피폭사실를 보도한 AFP 통신도 이 기자단에 포함됐다. 수하일 샤힌 파키스탄 주재 아프간 대리공사는 31일 3주에 걸친 미군의 공습으로 약 1천500명의 민간인이 숨졌다고 주장하는 한편, 미국이 아프간에 지원하고 있는 식량 구호품속에도 집속탄을 넣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군은 칸다하르에서 탈레반측 라디오 주파수를 빼앗아 음악과 선전 방송을 시작했다고 아프간 이슬람통신(AIP)이 이날 전했다. AFP 통신은 칸다하르 공습외에도 미국의 B-52 폭격기가 이날 카불 북쪽 50km 지점의 탈레반 전선에 최소한 2차례 대규모 폭격을 가했다면서, B-52 폭격기가 카불북부지역 공습에 동원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B-52 폭격기는 이날 낮 12시 20분(현지시간)과 12시 36분 두차례에 걸쳐 소말리평원 상공의 고도를 선회했으며, 이럴때마다 반(反)탈레반 북부동맹측 남쪽 기지와대치하고 있는 탈레반 전선 상공에서는 5~6차례의 대규모 버섯구름과 먼지가 목격됐다. 탈레반은 카불 북부에 6천명에 이르는 전사들을 집중 배치, 고지대를 장악하고있으며, 북부동맹측은 이 지역에서 수적인 열세를 보이고 있다. 북부동맹측의 한 사령관인 아마눌라 고자르는 이날 미군의 공습이 이뤄진 곳이카라바크와 바그람 공군기지 사이에 위치한 고지대로, 북부동맹과 탈레반간 교전지가운데 한곳이라고 말했다. AP 통신은 미국이 31일 오전 카불 북부의 탈레반 전선에 최소한 11발의 폭탄을투하했다고 목격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카불의 탈레반 전선에서 8km 떨어진 데흐메슈킨 지역내 북부동맹 사령관인 사예드 라픽은 "그들(미군)이 이 지역내 탈레반사령부를 공습했다"고 밝혔다. AIP는 미국이 이밖에 31일 북부동맹을 지원하기 위해 아프간 북부 발크주(州)내탈레반 전선도 폭격했다면서, 이 지역이 북부동맹의 하시드 도스탐 장군 휘하 병력이 마자르-이-샤리프를 탈환하기 위해 탈레반과 교전을 벌이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이런 가운데 터키의 N-TV는 뷜렌트 에제비트 터키 총리가 미국의 아프간 작전협조요청에 따라 30일 오후 긴급 안보보좌관 회의를 통해 북부동맹 병력을 훈련시킬수 있는 우수한 군사 교관들을 아프간에 파견하기로 결정했다고 31일 보도했다. 파견될 교관 수는 40~50에 이를 것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한편 탈레반 지도부는 31일 유엔이 미국의 "도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최근 유엔 아프간 특사로 임명된 라흐다르 브라히미와의 접촉을 거부했으며, 에릭폴트 유엔 대변인은 브라히미 특사가 탈레반의 유일한 대외창구인 압둘 살람 자예프파키스탄 주재 대사와 만나 미국의 아프간 공습을 논의할 "시간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두사람간 회동 불발은 모하마드 오마르 탈레반 최고 지도자가 자예프대사에게브라히미 특사를 만나지 말도록 지시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칸다하르.앙카라.이슬라마바드 AFP.교도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