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오폭 등으로 민간인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영국이 대테러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을 흘리고 있는 가운데 아랍권을 중심으로 반전여론 또한 거세게 확산되고 있다. 공습개시후 4주째에 접어들면서도 결정적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는 미국은 이슬람이 성스러운 달로 여기는 라마단(금식월)과 아프가니스탄의 혹한이 시작된 이후공격을 계속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어려운 선택을 내려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미국은 28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과 북부 전략요충지 마자르-이-샤리프, 탈레반 무장세력의 거점인 남부 칸다하르, 헤라트, 잘랄라바드 등 아프간 주요 도시들에 대해 폭격을 계속했으며 카불에서만 가옥 3채가 공격을 받아 일가족 8명이 몰살됐다고 한 목격자가 전했다. 목격자는 숨진 1명은 목이 달아나 있었다고 참상을 전했으며 네 아이의 아버지인 아히브 다드(45)는 "비행기소리가 난 뒤 무슨 일인가 하고 밖으로 나왔는데 갑자기 집에 폭탄이 떨어져 아이 둘을 잃었다"고 울먹였다. 미군은 카불외에도 마자르-이-샤리프와 탈레반 본거지인 칸다하르, 헤라트, 잘랄라바드 등 아프간내 주요 도시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퍼붜 최소한 3명이 숨진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부동맹 '국방차관' 아티쿨라 바랴갈리 장군은 미 전투기들이 타지키스탄 국경에 인접한 아프간 북동부 탈레반 거점에 대해 개전이후 처음으로 폭격을 퍼붰으며폭탄 10개가 투하됐으나 폭탄 모두가 공격목표를 적중하지는 않았다고 오폭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카불시내 오폭을 목격한 이들은 이날 오전 7시(현지시간) 카불에 떨어진 4개의폭탄중 1개는 민가 3채에 떨어졌다. AFP통신은 아프간 응징시작이후 오폭으로 인한민간인 희생자수가 최소한 37명으로 확인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탈레반은 무고한민간인 1천여명이 사망했다고 전했으나 미국은 이를 '선전전'일 따름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정부 고위 관리들은 게다가 민간인 희생과 오폭, 공격중단 요구에도 불구하고 아프간에 대한 군사행동이 계속될 것이며 경우에 따라 수개월이 걸릴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특히 아프간 집권 탈레반 무장세력이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숫자를 부풀리는 등 거짓말을 하고 있고 이슬람사원과 학교를 탄약저장시설, 작전 지휘부로 사용하는 등 위장하고 있다고 비난, 응징을 계속할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같은 미.영 두 나라의 강경한 입장과 달리 오폭 등으로 인한 민간인피해 확산을 우려한 이슬람 및 아랍권을 포함한 각국의 비난여론도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친탈레반 이슬람세력이 포진하고 있는 파키스탄내 바하왈푸르에서는 성 도미니코 성당을 빌어 예배중이던 개신교 집회에 총기가 난사돼 18명이 숨지는 참사를 빚었으며 반미를 외치는 최대 1만명의 부족들이 지하드(聖戰)을 위해 아프간 접경에몰려들었다. 또 일부 민병대는 중국으로 향하는 실크로드를 봉쇄하는 등 물리적 충돌 직전으로 치달았으며 최대 이슬람 급진정당 자미앗 울레마-이-이슬람(JUI)이 조직한 2만5천여 시위대는 동부 라호레에 집결,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인접국인 인도 서부 말레가온에서는 지난 26일 밤 이슬람 교도들의 반미시위가벌어져 경찰과 충돌, 적어도 7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했다고 경찰이 밝혔으나 시위대는 최소한 13명이 총격에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도 좌익계 정당과 노조, 평화주의 단체 등이 주도한 집회에 약 2만 시위군중이 집결, 아프간에 대한 미국의 공격에 반대했으며 미국내 이슬람 지도자들도 디트로이트에서 집회를 갖고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게 아프간 공습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카불.워싱턴.이슬라마바드 AFP.AP=연합뉴스) yy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