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와의 전쟁에 나선 미국의 다음 공격목표로 이라크가 거론되는 가운데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9.11 미 테러 참사 희생자에 대한 조의를 처음으로 표시해 주목된다. 후세인 대통령은 전세계의 테러리즘과 기아, 분쟁을 없애는데 동참할 것을 호소하는 한 미국인의 이 메일에 대한 답장에서 9.11.테러참사 희생자에 대한 조의를 표시했다고 이라크 공보부가 20일 밝혔다. 이라크는 아랍국가 중 유일하게 9.11 테러 참사를 비난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공격이 불법 침략행위라고 비난해왔다. 이라크 관영지들은 또 테러용의자 오사마 빈 라덴을 찬양하기도 했다. 후세인 대통령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사는 크리스토퍼 러브라는 컴퓨터 엔지니어가 보낸 이 메일에 대한 10쪽 분량의 답장에서 이라크는 모든 형태의 광신주의에 반대한다며 9.11 테러 희생자들에게 조의를 보낸다고 밝혔다. 후세인 대통령은 그러나 미국의 제재와 폭격으로 수 많은 이라크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며 아랍과 이슬람은 수 십년간 미국의 침략대상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피해를 입지 않으려는 사람은 남을 다치게 해서는 안된다며 미국 행정부가 이라크인들의 조의를 받으려면 먼저 미국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세인 대통령의 미 테러희생자들에 대한 조의 표시는 그러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그를 `악당'에 비유하고 미국의 다음 공격목표는 이라크가 될 것이라는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뤄져 상당한 정치적 의미를 지닌 것으로 풀이된다. 후세인 대통령이 개인이 보낸 이 메일에 답장을 보낸 것도 이례적인 일로 알려졌다. (카이로=연합뉴스) 이기창특파원 lk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