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전쟁을 계기로 미국의 동맹 관계가 새로운 모습으로 재편되고 있으나 북미 관계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다고 미국 국무부의마크 그로스먼 정무 담당 차관이 12일 말했다. 그로스먼 차관은 미국 전직 외교관들의 모임인 DACOR이 연차 총회를 겸해 세계은행 회의실에서 개최한 `북한의 장래' 세미나에서 "지금까지 미국은 각국에 도움을주기만 하는 입장이었으나 9.11 연쇄 테러 이후 각국에서 도움을 받는 새로운 동맹관계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로스먼 차관은 "한국, 일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등이 미국과의 상호방위조약을 즉각 발동, 지원 의사를 밝힌 것은 21세기를 맞아 바람직한 동맹 관계의 전형을 제시한 것"이라며 "특히 국민적 규모의 추도와 함께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내놓은 한국에 대해 미국인들이 크게 감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9.11 사태 직후 북한이 테러 규탄 성명을 내기는 했으나 북미 관계는 근본적으로 변한 게 없다"고 말해 부시 행정부가 테러 전쟁을 수행하는 동안에는 북미 관계의 정책적 우선 순위가 뒤로 밀릴 가능성이 높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한편 양성철(梁性喆) 주미 대사는 "테러 사태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서 전혀 긴장이 조성되지 않은 것은 한국 정부가 꾸준히 추진해 온 햇볕정책의 긍정적인 성과"라고 평가하고 "북미 관계의 진전을 위해서는 미국이 쉬운 부분부터 접근하는 방식을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양 대사는 아울러 9.11 사태 이후 한미 양국이 긴밀한 공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동북아의 안정이 긴요한 만큼 한-미-일 3국의 공조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