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는 부드러우면서 안으로는 확고한 결심을갖고 있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인물로, 굉장한 인품과 평화에 대한 비전, 장래를 꽤 뚫고 보는 혜안을 갖고 있는 인물입니다" 코피 아난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처음 선출된 지난 96년 말 주(駐)유엔대사를 지낸 박수길(朴銖吉) 전 대사는 12일 100주년 노벨평화상의 공동주인공이 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한마디로 이렇게 평가했다. 이미 올해 초부터 코피 아난 총장이 올 노벨상을 받을 것으로 확신했다는 그는아난 총장을 미국의 반대로 물러난 전임 부트로스 부트로스-갈리 전 총장과 같은 카리스마는 없지만 실무형 능력까지 갖춘 탁월한 능력자로 평가했다. "유엔의 아주 밑바닥부터 일하면서 실무에 능통하고 평화에 대한 비전이 뚜렷한인물로, 착실하고 진지하며 유능한 가운데 막후 중재능력도 뛰어났다"는 것이 박 전대사의 설명. 당초 갈리 전 총장의 후임으로 아프리카 지역에 배정된 남은 임기만 채울 것으로 전망됐던 아난 총장이 새 임기가 시작되기 6개월 전인 지난 6월 회원국들의 만장일치로 연임이 확정된 것만 보더라도 그의 능력이 입증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박 전 대사는 "취임 이후 21세기에 대비, 사무국을 비롯한 광범위한 유엔체제의개혁에 착수해 굉장한 평가를 받은 것은 물론 세계평화를 위해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쌓아온 그의 활동은 대단했다"고 노벨평화상 수상 이유를 나름대로 분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코소보 사태의 막후 중재 등 각종 지역분쟁 조정, 경제제재로 고통받는 이라크 주민 및 아프리카 개발 등 인도주의 문제에 대한 깊은 관심을 일례로들었다. "97년 이라크에 전운이 다시 고조됐을 때 이를 막았고, 코소보 사태때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개입을 인도주의 명분으로 사후에 정당화하는 조치를 취하는 등평화를 위한 막후 조절능력이 뛰어났다"는 것이 박 전 대사의 평가. 특히 박 전 대사는 아난 총장이 당선 이후 남북한 동시 방문을 추진하는 등 한반도 평화.안정문제에도 각별한 관심을 가져왔고 유엔내 각종 고위직에 한국인 진출을 적극 주선하는 등 한국에 대한 많은 배려를 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유엔대사 시절 아난 총장과 각별한 인연을 맺은 박 전대사는 지금도 수시로 부부간에 서로 연락을 주고 받을 정도로 국내에서 코피 아난을 가장 잘 아는 인물로알려져 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