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0주년을 맞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유엔과 함께 12일 선정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인생의 절반 이상을 유엔에 몸담아 온 '유엔 맨(UN man)'이다. 아프리카 가나 출신인 아난 사무총장은 지난 62년 세계보건기구(WHO)의 예산.행정담당관으로 유엔에 첫 발을 들여놓았으며 35년만인 97년 1월 유엔 직원출신으로는처음으로 사무총장 자리에 올랐다. 부드러운 말씨를 앞세워 실리를 찾는 외유내강형인 아난 총장은 유엔 내부에서는 물론 유엔 회원국들 사이에서도 적지 않은 존경을 받고 있으며, 지난 5년간 유엔을 이끌면서 유엔 개혁 외에도 에이즈-빈곤 퇴치운동, 지역분쟁 중재 등에서 상당한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특히 국제 사회의 여론을 조성해 나가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 올해 100주년을 맞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데 적합한 인물로 꼽혀왔다. 그는 지난 6월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총회로부터 유엔 개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2월부터 시작되는 5년 임기의 사무총장 연임을 확정해 놓고 있다. 당초 그는 아프리카 지역그룹에 속해 있는 이집트 출신의 부트로스 부트로스-갈리가 미국의 반대로 5년 단임으로 물러난 뒤 아프리카 대표로 사무총장에 취임했기때문에 각 지역그룹이 10년씩 돌아가며 총장을 맡는 관행상 연임 여부가 불투명했으나, 아프리카 회원국과 미국을 비롯한 주요 회원국들의 지지로 연임에 성공했다. 1938년 영국의 식민지였던 가나의 쿠마시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시절 미국유학에나서 미네소타주의 맥칼레스터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70년대 초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아난은 유엔에서 인사관리와 기획예산 책임자, 감사관 등 사무국의 요직을 두루거쳤으며, 지난 90년에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때는 유엔 사무총장 특사로 나서 이라크에 억류된 유엔 요원과 서방 인질 900여명의 석방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는 미국의 후원을 받아 사무총장 자리에 오르기 직전 평화유지활동(PKO) 담당사무차장으로 일했다. 스웨덴 출신의 닥 함므르쉘드(사후 수상)에 이어 유엔 사무총장으로는 두번째로노벨평화상을 받게 된 그는 국제외교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답게 영어와 프랑스어 외에 아프리카의 몇개 언어도 능숙하게 구사하고 있다. 예술가인 스웨덴 출신의 나네 아난 여사와의 사이에 3자녀를 두고 있다. (유엔본부=연합뉴스) 엄남석특파원 eomns@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