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방군(軍)의 체첸내 인권 유린 상황을 중점 보도해온 러시아 여기자가 최근 살해 위협에 시달리다 해외로 망명하는사태가 빚어졌다. 12일 러시아 일간지(紙) '노바야 가제타'에 따르면 이 신문의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 기자는 최근 신변에 위협을 가하는 전화와 e-메일에 시달린 나머지 오스트리아 빈으로 망명했다. 폴리트코프스카야 기자는 지난달 17일 체첸 수도 그로즈니 인근에서 발생한 러시아군 Mi-8 헬기 격추 사건과 관련, 러시아군의 고의 격추설을 같은 달 20일 보도한 이후 살해 위협에 노출돼 왔다. 이 기자는 "사고 헬기에 타고 있던 안드레이 포즈드냐코프 중장은 러시아 연방군의 체첸내 인권 유린 상황을 조사하라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특별 지시를받고 있었다"며 "그는 이같은 조사 내용을 사고 다음날 푸틴 대통령에 보고할 예정이었다"고 전했다. 폴리트코프스카야 기자는 또 "포즈드냐코프 중장은 헬기 탑승 직전 (나와 가진)전화통화에서 해당 보고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며 보고서의 크렘린 전달을 우려한러시아군의 헬기 격추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사고 당일 그로즈니 전역은 연방군이 완전 통제하고 있었기 때문에 체첸반군의 접근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따라서 그로즈니 중심의 미누트카 광장에서스팅어 미사일과 비슷한 미사일이 발사됐다는 국방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러시아 국방부는 "연방군이 우리 헬기를 격추할 이유도 없고, 그렇게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며 헬기 고의 격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폴리트코프스카야 기자는 앞서도 체첸내 인권 상황을 집중 보도해 러시아 당국과 긴장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7일 그로즈니 근처에서 발생한 헬기 격추 사건으로 포즈드냐코프 중장등 장성 2명과 영관급 장교 등 10명이 사망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이봉준 특파원 joo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