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V S 네이폴은 '중남미의 솔제니친'으로 불린다. 중남미 트리니다드 토바고 태생인 그는 유럽대륙에 뿌리를 내리고 영어로 글을 썼지만 제3세계의 감수성을 지켜온 작가다. 지난 45년간 낸 20권 이상의 소설 역사서 기행문들은 서구 제국주의가 식민지에 남긴 상처를 고발하고 있다. 네이폴은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얻은 영감을 작품 속에 녹여냄으로써 인생과 세계 전체를 문학적 자양분으로 삼았다. 그는 1950년 영국으로 이주해 옥스퍼드대에 들어가면서 창작을 본격화했다. 같은 해 소설을 썼지만 출판사로부터 거절당했다. 대학 졸업 직후인 1954∼56년 BBC방송에서 프리랜서 작가로 근무하면서 유색인 차별을 뼈저리게 느낀다. 그 때의 경험은 첫 소설 '미겔 스트리트'(1959)에 녹아 있다. 이 소설은 트리니다드에 거주하는 개성있는 캐릭터들을 통해 '세계는 하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후 그의 작품들은 식민지 지배를 막 벗어난 제3세계의 상흔들을 집요하게 들춰내고 있다. '비스워스씨를 위한 집'은 유색인 아버지의 곡절 많은 삶을 묘사했다. '미미맨''프리스테이트''게릴라들' 등은 세계대전후 선진국들과 제3세계의 갑작스런 만남,그로 인한 충격과 폭력,타락상에 대해 다양한 성찰을 보여준다. 그는 1980년대 이후 새로운 주제를 다루기 시작한다. '중심찾기'(1984)를 기점으로 자신의 삶에 관한 글을 내놓는다. 이 소설은 직업을 찾기 위해 애쓰던 젊은 시절 자신만의 형식과 목소리를 발견하기 위해 겪은 고통에 대한 고백을 담았다. '세계속의 길'(1994)은 포스트식민지의 트리니다드 사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를 생생하게 증언한다. 그의 작품 대다수는 신생 국가의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식민지 사회의 폭력과 부패상,고문과 인종적 갈등 등을 다루고 있다. 이런 내용은 사실적인 문체로 역사적 인물과 허구인물을 교묘하게 혼합하는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다. 그는 1971년 소설 '자유국가에서'로 영국 최고권위의 부커상을 수상했다. 1990년에는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기사작위를 받았으나 그 직함을 사용하지 않을 정도로 자존심이 강한 인물이다. 그는 소심하고 예측불가능하며 지체되거나 지루한 것은 참지 못하는 성격으로 유명하다. 한 출판사가 자신을 인도작가 계열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하고 즉각 그 출판사와 계약을 파기하기도 했다. 국내에는 '세계속의 길' '자유국가에서' '흉내' '미겔 스트리트' 등이 번역출간됐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