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마 빈 라덴은 '이슬람의 영웅'인가, '테러리즘의 화신'인가. '9.11' 테러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미국의 공격을 받고 있는 빈 라덴의 전기 「오사마 빈 라덴」(명상刊)이 번역, 오는 12일 출간될 예정이다. 군사 및 테러 분석가로 미국 하원 테러리즘 특별팀의 책임자인 요제프 보단스키의 저작 「bin Laden : The Man Who Declared War on America」을 번역했다. 이슬람 중심권의 테러리즘을 27년째 연구해오고 있는 저자는 이슬람주의자, 아프가니스탄 참전 전사, 테러 조직 등으로부터 입수한 빈 라덴 정보 자료를 기초로책을 저술했다. 빈 라덴은 1957년 사우디 아라비아의 리야드에서 사우디 최대의 건설업자인 무하마드 빈 라덴의 일곱번째 아들로 태어났다. 예멘인인 그의 아버지는 사우디로 이주, 건설업을 해 거부가 된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 라덴은 외로움을 많이 탔다고 한다. 배다른 형제가 52명이나 됐지만친동생이 하나도 없어 늘 자신을 외톨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는 현재 4명의 부인과 15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을 포함한 재산이 약 3억 달러(3천900억원)이며, 주식투자에도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컴퓨터 공학기술을 전공한 명문대학 졸업생인 라덴이 예정된 억만장자의 길을포기하게 된 계기는 1979년 말 소련의 아프간 침공이었다. 라덴은 "20세기 초강대국에 의해 포위당했던 한 구식 사회에서 이슬람교도들이공격당하는 것을 보고 영감을 얻었으며, 우리 종교에서 이제부터 그곳은 지하드(聖戰)에 참여했던 자들에게 특별한 장소가 될 것"이라고 회고록에 기록, 소련의 아프간 침공이 자기 인생의 전환점이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당시 사우디에서 굴착기 등 중장비를 조달해 아프간으로 간 라덴은 소련의 무장헬기 위협 아래에서 무자히딘들을 위해 도로와 각종 편의시설 공사를 진행시킨다. 1995년 초 빈 라덴은 무장 이슬람 운동(Armed Islamist Movement)을 지휘하던투라비의 최고 참모 중 한 사람으로서 하르툼에서 활동한다. 그는 아랍권의 주요 미동맹국인 이집트와 사우디 아라비아에 맞서 전략 전쟁 준비작업에 가담, 투라비의비호 아래 이슬람 국제 테러리스트 운동의 권력 중심을 형성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라덴을 진정한 이슬람 영웅으로 만든 것은 미국이었다. 98년 8월 7일 나이로비와 다레스 살렘의 미국 대사관에서 차량 폭탄 테러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은아프간의 코스트 지역에 있는 테러리스트 훈련 캠프에 70여 발의 크루즈 미사일을발사한다. 경미한 피해를 비웃으며 투라비는 말했다. "빈 라덴은 아주 멀리 있는 인물이었지만 바로 당신들(미국)이 영웅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는 이제 반서구 세력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아랍과 무슬림의 젊은이들이 그를 본받으려 하고 있다. 미국에 대한적대감으로 앞으로 빈 라덴같은 인물이 만 명쯤은 더 나올 것이다." 동부 아프간의 잘라라바드 산악지역의 지하동굴. 컴퓨터와 위성전화 시스템 등을 갖춘 이 은신처에서 라덴은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서유럽, 미국의 이슬람주의자들과 접촉, 주로 이메일을 통해 전세계 동향을 보고받고 있다. 각종 지원금과 탈레반의 해외 자산도 지하동굴에서 그가 관리한다. 그의 자금관리 시스템은 몇 개의 핵심지역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암스테르담과 앙비르, 룩셈부르크를 연결하는 '트라이앵글'과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 본부를 둔 '극동지역' 등 두 곳을 통해 페르시아만 국가와 극동 지역에서 유입된 기부금과 기타 자금이 세탁, 관리되고 있다. 러시아 마피아 조직과 연대해 마약 유통으로 벌어들인 자금이 늘어 최근에는 '문어발식 네트워크'라는 돈세탁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돈 세탁을 해주고 빈 라덴은 10-15%의 커미션을 챙기는데, 그 금액만도 연간 100만 달러 정도라고 책은 적고있다. 저자는 빈 라덴이 98년부터 생화학 및 방사능 무기를 사용하는 대형 테러를 준비해온 사실을 폭로하고 있는데, 무기 가운데는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감염환자가 발생해 미 당국이 생화학 테러를 의심하고 있는 탄전균 샘플(북한에서 수입)도포함돼 있다. 최근 이슬람계 국가에서는 아기 이름을 '오사마'라 짓는게 대유행이라고 한다."우리 세대가 미국인들에게 복수할 수 없다면 미래의 우리 오사마들이 복수해 줄 것"이라는 파키스탄의 한 신학교 학생의 말을 인용하는 저자는 '미국에 선전포고한 사나이' 빈 라덴의 사후에도 국제적 테러리즘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송철복ㆍ이윤섭 옮김. 460쪽. 1만2천원.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