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테러참사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미국의 보복공격으로 세계 항공 및 관광업계가 침체기로 빠져든 가운데 중미의 파나마가 때아닌 `관광특수'를 누리고 있다. 테러의 위험에 대비, 항공기를 이용한 관광자제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관광객들이 호화유람선(크루저)으로 몰리는데다 교전지역인 중동이나 유럽을 피해 비교적 안전한 카리브해쪽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카리브해의 길목에 위치한 파나마는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운하지역이면서 운하를 통해 남미의 유명 휴양지와 멕시코의 아카풀코 등을 연결하고 있어 카리브해일대를 운항하는 크루저들은 파나마의 항구에 한 번 이상은 기항하고 있다. 파나마 당국은 해마다 북미와 유럽대륙의 겨울이 시작되는 11∼12월을 크루저여행시즌의 시작으로 보고 있으나 올해는 테러사태로 파나마 관광시즌이 오히려 예년보다 일찍 시작되면서 지난해보다 배가량 늘어난 관광객과 승무원들이 파나마를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파나마 당국에 따르면 작년과 올해초 시즌때 파나마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과 승무원은 각각 약 6만명과 3만명으로 집계됐으나 올해는 기항 예약건수로 볼 때 관광객 14만명, 승무원 7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어림잡고 있다. 관광객이 이처럼 급증한 것은 테러사건으로 항공여행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는데다 유럽과 지중해, 북미대륙 일대를 운항하는 크루저 대부분이 카리브해쪽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파나마 당국의 분석이다. 파나마는 특히 수출입이 자유로운 면세지역이기 때문에 유람선이 파나마에 정박하는 동안 외국인 관광객들은 평균 125∼140달러 가량의 외화를 뿌리면서 파나마의관광수입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파나마 정부가 가만히 앉아서 벌어들이는 운하통과세까지 포함하면 파나마는 오히려 테러사태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린다고 할 수 있다. 파나마 관광청(IPAT)은 하루평균 39척의 선박이 운하를 통과하면서 내는 통과세수입이 연간 5억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유람선의 경우 지난 99년엔 203척이 운하를 경유했으나 작년에 약간 적은 190척이 통과했다. 파나마 운하의 최대항구인 푸에르토 콜론-2000항의 관리책임자인 아우구스토 테라치나씨는 "지난주 외국인 관광객 1천700명을 태운 셀레브러티 서미트호가 예년보다 일찍 운하를 통과한 것을 계기로 관광시즌이 본격 개막됐다"며 "프린세스와 시본& 선, 카니발 크루즈 라인, 아메리칸 클래식 등 수십척의 유람선을 보유한 선박업체들이 테러사태로 유럽과 북미, 지중해 운항을 취소하고 카리브해로 발길을 돌리는이상 파나마는 유례없는 관광수입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성기준특파원 bigp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