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농성만이 내가 가진 유일한 무기였다. 나는 내가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너무 너무 무서웠다". 아프간에 잠입했다 이틀 뒤인 지난달 28일 아프간 동북부 잘랄라바드 부근에서 탈레반에게 체포됐다 11일만인 지난 8일 오후 풀려난 영국 선데이 익스프레스의 이본 리들리(43)기자의 회고다. 리들리 기자는 9일 자매지인 데일리 익스프레스지를 통해 탈레반이 전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자신의 요청을 거부한 즉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잘랄라바드 인근에서 체포된 뒤 수도 카불로 이송돼 이미 억류된 8명의 국제 구호단체 여성중 6명이 수용돼 있던 한 감방에 수감됐지만 "까다로운 자신의 성질탓에" 이내 이들과 격리됐다고 말했다. 리들리 기자는 또 탈레반에 억류된 뒤 치약갑과 비누 포장지 뒷면에 비밀 일기를 쓰기도 했다고 밝히고, 탈레반 측이 육체적인 고통은 주지 않았지만 똑같은 질문을 계속 반복함으로써 정신적으로 자신을 파괴하려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는 바보같은 스턴트가 아니라 단지 탈레반 정권이 현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면서 자신의 아프간 잠입배경을 설명한 뒤 "비자 없이도 입국이 허용됐다"고 회고했다. 리들리 기자는 미국과 영국의 아프간 공습과 관련해 "카불에 대한 야간 공습이 시작됐을 때 나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면서, "공습은 마치 폭죽놀이 같았다. 예광탄이 솟아오르고 폭발이 있었고 나는 모든 것을 분명히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9살난 여자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한 리들리 기자는 "당연히 나는 지금 너무 기쁘다"면서, "당장 집으로 돌아가 딸을 보고싶다"고 말했다. 리들리 기자는 8일 오후 탈레반에 의해 파키스탄 관리에게 넘겨졌으며, 당시 아프간과 접경한 파키스탄 토르크햄의 국경 검문소 관리는 "그가 오후 7시반(현지시간)께 이곳에서 파키스탄 당국에 인도돼 페샤와르를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들리 기자와 함께 체포됐던 2명의 아프간 가이드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는 한때 자신과 같은 감방에 억류돼 있던 국제 구호단체 여성에 대해 언급하고 "내적으로 상당히 강인한 여성들이었다"면서 이들의 석방을 기원했다. (런던 AP AFP=연합뉴스) ci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