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 연일 공습을 퍼붓고 있는 미국이 이번 전쟁의 목표를 오사마 빈 라덴 제거로 국한하지 않고 다른 나라들에 대한공격도 시사하고 나서 테러 전쟁이 의외로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미국의 우방들이 이라크 등에 대한 확전을 놓고 엇갈리는 견해를 보이고있고 아랍권은 물론 러시아 등의 반대가 뻔해 확전 여부는 앞으로 테러 전쟁을 위한국제 연대 결성에 커다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은 공습 이틀째인 8일 존 네그로폰테 유엔 주재 대사 명의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서 "공격을 받은 국가에 대해 자위를 허용하고 있는 유엔 헌장제51조에 따라 아프간을 공격했다"고 밝히고 "우리는 자위를 위해 다른 조직이나 국가들에 대한 추가 행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이는 테러 전쟁이 9.11 연쇄 테러의 주모자로 지목된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오사마 빈 라덴과 탈레반 정권 이외로도 확전될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분석됐다. 루이 미셸 벨기에 외무장관도 "조건들이 충족된다면 빈 라덴과 테러조직인 알카에다 이외로 공격 대상을 확대할 수도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미국의 최대 우방인 영국의 잭 스트로 외무장관은 룩셈부르크 방문 도중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현재의 합의는 아프간으로 한정돼 있다는 것"이라며 확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테러 직후에는 `생사 불문'이라는 서부 시대의 현상수배문구까지 원용하며 빈 라덴 체포를 강조했으나 막상 공습이 시작되자 빈 라덴의 이름은 거론도 하지 않은 채 테러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만 강조하고 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이 전날 자신을`국제 이교도의 수괴'로 부르며 테러 범행을 사실상 시인한 빈 라덴의 비디오테이프메시지를 보았다고 밝히고 "이것은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전쟁이 아니라 여러 전선에서 테러분자들과 싸우는 전쟁이라는 게 부시 대통령의 반응"이라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러한 반응은 이번 공격의 성패 여부가 빈 라덴 체포 여부에 달려 있지 않음을 강조하는 정책적 방향 전환으로 풀이되고 있다. 워싱턴의 정치분석가들은 부시 대통령의 방향 전환은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걸프전 당시 저지른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노력이라고 지적하고 부시전 대통령은 당시 골칫거리인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제거를 거듭 공언했으나후세인 대통령은 아직까지도 권좌에 건재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