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공격의 배후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과 그를 비호해온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에 대한 미국과 영국의 보복공격이 7일 낮(미국시간, 한국시간 8일 새벽) 시작됐다. 미국 수도 워싱턴과 세계 경제중심지 뉴욕이 여객기 납치 테러공격으로 무참히 짓밟힌 지 26일만에 이뤄진 군사행동이다. 지난달 11일 미국 워싱턴의 국방부(펜타곤) 청사와 뉴욕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쌍둥이 빌딩이 `가미카제'식 자살 테러공격으로 어이없이 무너지면서 6천명이 넘는 엄청난 사상자와 천문학적인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전대미문의 테러공격을 당한 미국은 일시에 혼란에 빠져들었고 분노에 사로잡힌미국인들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처절한 복수를 즉각 단행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12일 부시 대통령은 이 테러공격을 '전쟁행위'로 규정함과 동시에 "21세기첫 전쟁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고 미군에 보복공격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즈음 미 연방수사국(FBI)은 7천명이 넘는 사상 최대인원을 동원에테러 용의자와 배후 색출에 본격 나섰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테러공격을 비난하는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14일 미 상.하원은 테러공격에 대한 미군의 무력사용을 공식적으로 승인하고 테러와의 전쟁 및 피해 복구를 위해 400억달러의 추경예산을 배정했다. 부시 대통령은 16일 `미국은 전쟁 중'이라고 선언하며 테러 배후로 빈 라덴을지목했다. 또 탈레반에 빈 라덴을 인도하라고 요구하며 3일 간의 시한을 주겠다고최후통첩을 보냈다. 하지만 16일 빈 라덴이 스스로 테러공격 배후 혐의를 부인한 데 이어 결정적 증거가 없이 아프간을 공격하려 한다는 아랍권 및 중국, 러시아 등의 비판의 목소리가커졌고 테러수사와 빈 라덴의 소재 파악이 답보상태에 빠지면서 미국 내에서 조차공격신중론이 고개를 들었다. 탈레반은 18일 최고 지도자 모하마드 오마르의 `지하드(성전)' 촉구와 동시에파키스탄 국경지역과 주요 거점에 병력과 중화기를 증강 배치해 전시태세에 돌입했고 이에 19일 미국은 걸프만과 파키스탄 인근해에 군사력을 집중 배치했다. 20일 아프간 탈레반은 최고 성직자회의를 통해 빈 라덴의 자진 출국을 권고했으나 빈 라덴에 대한 미국의 인도 요구는 거부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군사적 압박과 동시에 외교적 노력에 박차를 가해 국제 대(對)테러연대 구성을 모색하며 동맹국과 아프간 인근국가의 지원 모색에 돌입했고그 결과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회원국과 일본 등의 지원 약속을 받았다. 중앙아시아와 중동에 영향력이 있는 파키스탄과 인도에 대해서도 98년 핵실험 실시 이후 부과해온 제재조치를 전격 철회함으로써 미국편으로 끌어들였고 22일과 25일에는 아랍에미리트연합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아프간과 단교를 발표하는 성과를 얻었다. 미국은 또 24일에는 빈 라덴 관련 자산을 동결조치했다. 한편 미국의 움직임과는 별도로 96년 탈레반에의해 축출된 이후 아프간 일부 지역만을 장악한 채 무력투쟁을 벌여온 북부동맹이 대(對)탈레반 공세를 강화했고 이달 1일에는 이탈리아에서 망명 중인 자히르 샤 전 국왕과 과도정부 구성에 합의해탈레반 붕괴에 대비했다. 2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집단자위권 발동에 힘을 얻은 미국은 3일부터 이틀간 사우디, 오만, 이집트 등을 방문하며 보복공격의 당위성을 설득했고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도 파키스탄 등을 방문하며 미국의 입장을 거들었다. 미국은 6일 우즈베키스탄에 미군 정예병력 1천명을 수송기편으로 실어 배치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대아프간 보복공격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왔다. 결국 7일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B-1B 전략폭격기 등을 동원한 미국과 영국의공습이 아프간 밤하늘을 가르며 거의 한달 간 시간을 끈 테러 보복공격의 시작을 알렸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성수특파원 ssk@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