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전대미문의 테러공격을 받은지 26일만에 반격에 나섰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이번 테러와의 전쟁을 "21세기 전혀 새로운 전쟁"이라고 규정했지만 미국이 개전을 선포하고도 군사행동에 돌입한데는 무려 26일이 걸렸다는 점에서 전쟁사에 진기록을 남긴 셈이다. 21세기 전쟁이 전격신속 입체전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아프간에 대한 군사행동은 시작부터 특이한 양상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이번 테러공격을 "전쟁행위"라고 간주, 대국민 성명과 의회연설 등을 통해 테러와의 전면전을 선언하면서 이번 전쟁이 '장기전'이 될 것임을 거듭 밝혔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국방외교 지휘부도 미 국민들에게 단합과 인내심과 강조하면서 테러와의 장기전에 대비하자고 호소했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이 아프간 탈레반 정권을 겨냥한 군사행동에 들어가자 마자 이번 전쟁이 과연 언제쯤 끝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무리가 아닌 셈이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대국민 성명을 통해 "미국은 전쟁중"이라고 밝힌 뒤 이번 전쟁은 미국이 끝났다고 선언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테러참사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번 전쟁은 수개월이 아닌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번 전쟁의 1차 목적은 부시 대통령이 이날 공격명령을 내리면서 밝혔듯이 ▲오사마 빈 라덴의 색출및 심판 ▲아프간내 빈 라덴 테러세력 훈련기지 폐쇄 및 축출 ▲빈 라덴 테러세력을 비호하고 있는 탈레반 정권 응징와해에 두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이들 3가지 기본 전쟁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일단 전쟁은 계속될 것으로 워싱턴 군사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연합군이 국제연대차원의 연합전선을 구축, 얼마만한 시기에 어느 정도의 전과를 올릴지 현재로서 예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미국으로서는 오는 20일 상하이(上海)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부시 대통령이 워싱턴을 떠나기 앞서 내외에 과시할만한 전과를 올리기 위해 최대한의 군사압박전을 가할 것은 분명하다. 미국이 군사행동에 돌입했음에도 불구, 부시 대통령이 상하이 정상회담에 참석하려는 것은 APEC 국제무대에 주목할만한 전과를 제시해 이를 토대로 범세계차원의 지지와 연대를 이끌어내려는 것으로 볼수 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이 이번 전쟁을 시작하면서 전세계를 향해 "테러리스트 편에 서든지 아니면 정의편에 서든지 양자택일하라"고 촉구, "중립은 있을 수 없다"고 선포한 것도 이와 관련해 곱씹어 볼만한 대목이다. 미국의 이번 전쟁은 물론 미국이 얼마나 신속하게 이들 3가지 전쟁 목표를 달성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러나 미국이 그같은 전과를 달성하더라도 만약 미국에 대한 후속 테러가 발생할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전선 자체가 복잡해질 뿐 아니라 전쟁상황까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부시 대통령을 비롯,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미 군사 최고지휘부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이번 전쟁은 단기간내 빈 라덴 '생포나 사살'이라는 전과를 올리지 못하는 한 최소한 해를 넘길 것이라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그렇게 되면 이번 전쟁은 앞으로 3개월을 지나 내년으로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쟁이 뚜렷한 성과없이 해를 넘기게 되면 국민들에게 "전쟁은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마냥 호소하기도 어렵고 전쟁비용도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게다가 내년 11월에는 미 의회.주지사 중간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부시 행정부로서는 국민들에게 장기전을 호소하고 있지만 결코 해를 넘겨 마냥 끌 수만은 없다는 정치.군사.외교.경제적 요인으로 그 시한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성수 특파원 ssk@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