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사태 이후 처음으로 아프가니스탄수도 카불의 상공에 6일 항공기가 출현하고 아프간은 미사일 발사로 대응하는 등 아연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미국과 영국은 공격이 임박했음을 강력 시사하고 나섰다. 미국은 아울러 아프간의 탈레반 정권이 기독교 전파 혐의로 체포된 서방 구호요원 8명의 운명을 미국의 군사 행동과 연계시키며 공격을 모면해 보려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단호히 거부하는 등 타협의 여지가 없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탈레반의 최고 지도자 모하메드 오마르는 그러나 "미국은 목숨을 버리면서 공격하게 만든 원인에 대응해야 한다"며 9.11 테러의 치유책을 미국 스스로에게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미국의 이스라엘 지지와 사우디 주둔이 이슬람권의 반미 감정을자극하고 있다고 꼬집는 등 무력 위협에 굴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부시.블레어의 마지막경고=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탈레반 정권은 9.11 테러 주모자로 지목된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오사마 빈 라덴의 신병을 인도하고 그가 이끄는 테러 조직 알 카에다의 훈련 기지와 작전을 봉쇄할 기회가 주어졌다고 지적하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며 사실상의 최후 통첩을 던졌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행동의 시기는 가까운 우방들과 상의해서 결정할 일"이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군사 행동 계획이 마련돼 있다"고 밝히는 등 결전의 시간이 임박했음을 예고했다. 부시 대통령과 블레어 총리의 발언은 공격 개시에 앞선 마지막 경고로 풀이되고 있으나 탈레반 정권이 반군 지역을 폭격하는 등 결사 항전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어 양측의 충돌은 시간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세계 모든 나라에 대해 문명 세계 편에 설 것인 지 아니면테러분자의 편에 설 것인 지를 분명히 택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고 전제하고 "테러분자의 편에 서는 나라들에게는 무거운 대가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빈 라덴과 탈레반 뿐 아니라 테러에 연루된 다른 나라들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이날 귀국한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아프간 주변 6개국 순방 결과에 만족을 표시했으며 워싱턴 인근의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 대통령별장에서 화상 국가안보회의를 주재하고 전략을 숙의했다. ▲긴박한 군사적 움직임=미국은 우즈베키스탄이 자국 영공 및 공군기지 사용을 허가함에 따라 6일 우즈베키스탄에 미군 정예병력을 실은 수송기들을 배치했다. 이밖에 미군기 3-4대가 하나바드 공군기지에 도착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미군은 사실상 아프간 인접국인 우즈베키스탄에 군사력 구축작업에 돌입했다. 우즈베키스탄에 배치된 병력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을 펼칠 특수부대의 임무를 지원하기 위한 즉각 대응군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탈레반 정권도 6일 수도 카불 상공을 선회하는 정체불명의 항공기 2대에 대해 대공포와 지대공 미사일 1기를 발사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섬과 동시에 미국에 군사협조를 한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보복공격을 경고하고 나섰다. 미국 언론들은 9.11 사태 이후 거의 한 달만에 처음으로 이날 카불에서 실제 전투를 방불케하는 상황이 15분동안 계속됐다고 보도됐으나 미 당국은 아무런 논평도 하지 않았다. ▲탈레반의 유화제스처=탈레반 정권은 미국의 공격이 임박함에 따라 미국의 군사적 위협 중단을 조건으로 서방인질 8명에대한 석방을 제안하는 등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지만 미국은 즉각 어떠한 협상도 거부한다며 이같은 제안을 일축했다. 탈레반 정권의 이번 제안은 미국과 협상을 통해 공격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로 의심받고 있으며 미국은 이제는 협상이 아닌 행동을 할 때라면서 이같은 제안을 거부하고 인질의 무조건 석방을 요구했다. 탈레반은 그동안 빈 라덴 인도 여부를 두고 정확한 범행증거를 제시하면 신병을 인도할 수 있다며 시한을 끌어왔으며 최근에는 빈 라덴의 소재지를 아는 듯한 인상까지 풍기면서 미국측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시도를 해왔다. ▲외교적 정지작업 마무리=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와 중동 4개국 순방을 통해 구체적인 군사적 지원을 얻어내는데는 실패했다.그러나 이들 국가들로부터 대(對)테러에대한 지지를 얻어내고 아프간 주변국들과 연대전선 구축을 마무리함에 따라 아프간 공격에 대한 사실상 외교적 정지작업을 마무리지었다. 럼즈펠드 장관은 특히 이번 순방에서 우즈베키스탄으로부터 미군의 공군기지 사용 허가라는 최대성과물을 얻었으며 군사작전 불참의사를 표명한 사우디 아라비아와이집트로부터 미국의 아프간 공격에 대한 상담한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그는 이밖에러시아로부터 아프간 인접 중앙아시아 국가들에게 미국의 군사작전에대한 협조를 요청하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미국의 맹방인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도 러시아와 파키스탄, 인도 등 3개국순방을 통해 미국의 아프간 공격 정당성에 대한 지지의사를 재확인했다. 그는 특히 이제는 어떤 군사행동이라도 전개할 태세가 돼 있다고 말해 사실상 아프간 공격을 위한 준비작업이 마무리됐음을 시사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