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남서부 흑해(黑海)에서 4일 이스라엘발(發) 러시아 노보시비리스크행(行) 민간 여객기가 폭발 후 추락, 승객과 승무원등 77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정부는 이번 여객기 추락사고가 테러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보고 조사 중이지만, 미국 관계자들은 미사일 오발에 의한 추락 가능성을 제기하고있다. 이날 오후 1시 35분께(현지시간) 러시아 서남부 아들례르시(市) 남쪽 180㎞ 흑해 공해상에서 러시아 시베리아 항공 소속 투폴례프(Tu)-154 여객기가 추락했다고러시아 비상대책부가 발표했다. 사고 여객기는 폭발 직후 바다로 추락했다고 근처를 지나던 아르메니아 항공 소속 AN-24 여객기 승무원들이 전했다. 사고를 목격한 여객기는 우크라이나 신페로볼시에서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을 오가는 정기 여객기이다. AN-24기 기장인 가릭 오바니시안은 "사고기가 폭발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사고기는 이후 바다로 추락했으며, 추락 순간 또 한차례의 폭발과 함께 거대한 물기둥이일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 벤 구리온 공항에서 노보시비리스크로 가던 사고기에는승객 66명과과 승무원 11명 등 최소 77명이 타고 있었다고 러시아 국제항공위원회가밝혔다. 시베리아 항공측은 그러나 사고기에 승객 65명과 승무원 5명, 정비사 2명 등 모두 72명이 탑승하고 있었다고 발표하는 등 탑승 인원을 둘러싸고 혼선이 빚어지고있다. 불가리아 동부 흑해 연안 국제 여객기 운항 관제를 담당하는 바르나 공항측은사고기가 불가리아 부르카스 공항에 중간 기착해 승객들을 더 태웠다는 일부 보도와관련, 해당 여객기는 불가리아 공항에 착륙하기는커녕 영공에도 들어온 적이 없다고부인했다. 시베리아 항공측도 사고 여객기가 불가리아에 기착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승객들은 대부분 이스라엘인지만 러시아-이스라엘 간 항공교통 안전보장 문제를협의하고 돌아오던 시베리아 항공의 빅토르 알렉세예프 부사장도 포함돼 있다고 시베리아항공은 전했다. 사고기는 추락 직전 11㎞ 상공을 시속 850㎞ 속도로 비행 중이었으며, 이날 오후 1시 44분에 관제탑 스크린에서 사라졌다고 비상대책부는 설명했다. 사고기는 앞서 오후 1시 30분 러시아 관제지역에 진입했다고 비상대책부는 덧붙였다. 사고 소식을 보고받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즉시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연방보안국(FSB) 국장과 세르게이 이바노프 국방장관을 크렘린궁(宮)으로 불러사고 수습대책을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블라디미르 루샤일로 안보회의 서기를 특별수사 책임자로 임명,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그는 이번 사건에 대한 테러 연루 가능성을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관리들이 전했다. 에프라임 스네 이스라엘 교통장관도 이번 사고를 테러에 의한 것으로 간주하고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이 텔아비브발로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 관계자들은 추락 여객기가 훈련 중이던 우크라이나군(軍)의 지대공미사일 오발로 격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는 등 추락 원인을 놓고 상반된 주장을 제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방부 관계자는 "추락 사고 당시 우크라이나 크림주(州)에서 지대공 미사일이 발사됐으며, 오발된 미사일에 여객기가 맞은 것 같다"며 "사고 당시흑해에서 군사훈련을 한 나라는 우크라이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 흑해함대의 한 대변인도 "우크라이나 크림주 페오도시야 지역에서 대공방어 훈련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거리 400㎞의 미사일이 발사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알렉산드르 쿠지묵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군사훈련에 이용된 모든미사일들은 본궤도를 벗어나면 스스로 폭발하게 돼 있다"며 오발사고 가능성을 부인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의 다른 관계자들도 "추락 사고 직전 흑해에서 미사일 훈련을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거리가 10㎞에 불과한 미사일이 250㎞ 떨어진 여객기를 격추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사고가 나자 러시아 구조당국은 Mi-8 헬기와 AN-12 항공기, 선박 등을 사고 해역에 급파해 승객 구조 및 블랙박스 회수작업을 벌이고 있다. 구조당국은 그러나 사고 해역 수심이 1㎞나 돼 블랙박스 회수작업이 쉽지 않을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이봉준 특파원 joo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