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제한적 공격을 이달 안에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지난 2일 중동지역 이슬람 국가들과의 군사.외교적 협력 강화를 위해 중동 순방길에 올랐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의 관료들은 아프간 공격과 관련한 많은 부분이 아직 불확실한 상태에 있으며, 럼즈펠드 장관이 이슬람 국가와의 사전조율이라는 순방의 핵심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4일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다음은 타임스 보도내용의 요약. 『럼즈펠드 장관의 이번 순방은 딕 체니 현 부통령이 국방장관이었던 지난 1990년 8월 하순 걸프전을 앞두고 군사협력 강화를 위해 중동지역을 방문한 일과 비교가 된다. 그러나 럼즈펠드 임무의 핵심을 이루는 군사.외교적 현안들은 여러 면에서 체니 부통령이 당시 당면했던 일보다 해결이 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당시 체니 장관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응징하기 위한 서방측의 대규모 연합군 파견 기지의 사용을 걸프 국가들로부터 허가받으려 했다. 반면 럼즈펠드의 이번 임무는 연합군이 형성되지도 않고 참가국도 확실히 정해지 않은 작전에 대해 걸프 국가의 협력을 구하는 것이다. 이번에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전략적으로 풀기 어려운 점은 미국이 온건하면서도 흔히 독재적인 중동국가 지도자들에게 작전에 협력토록 압력을 더 가할수록 그들을 더 위태롭게 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들이 미국의 요청을 전폭적으로 받아들일 경우 잘해야 미국의 꼭두각시라는 낙인을 찍히게 되고 최악의 경우에는 이슬람 전사들에게 권력을 빼앗길 위험이 있다. 럼즈펠드 장관은 순방길에 오르며 "지구상의 모든 나라들이 우리와 마찬가지로 아침을 맞아 기상하고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다"면서 일부 국가들이 주춤거리고 있는지를 설명하려 애썼다. 그는 또 "각 나라는 우리와 다른 이웃들과 문제들을 안고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파키스탄의 경우 핵무기 실험으로 미국의 제재를 받아왔으며 정치적으로는 계속 불안정한 상태에 있었는데 이번에 미국에 협력을 약속했다. 그러나 미국은 의도적으로 파키스탄에 대한 요청 수위를 낮추고 있으며 파키스탄이 이미 협력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럼즈펠드 장관의 순방 대상에서도 제외했다. 미국이 전투기 기지와 함께 5천여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는 사우디 아라비아에도 비슷한 문제들이 있다. 사우디는 미국의 맹방이자 핵심적인 원유공급국이다. 그러나 급진 전사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 와하비즘이라는 비타협적인 이슬람 종파를 확산시키고 있는 이슬람 사원들과 설교자들의 온상이다. 게다가 빈 라덴은 사우디 출신이며 9.11테러 실행 혐의자 가운데 일부도 마찬가지다. 이같은 상황에서 사우디가 아직 아프간 공격과 관련, 분명한 전략적 선택을 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4일 럼즈펠드와 만난 사우디 관리들은 아프간 공격을 위한 미군의 기지사용을 꺼렸다. 이집트 등 다른 걸프 국가들도 마찬가지로 미묘한 상황에 놓여 있다. 게다가 미국 내에서도 강온파 간에 대응전략의 방향을 두고 물밑싸움을 하고 있는 것도 럼즈펠드의 행보를 부겁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과의 관계설정 등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수두룩하다. 한 전직 국무부 관리는 "이들 나라들 가운데 일부는 이번 사태를 위험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기회로 여기고 있다"면서 "후자의 경우가 미국의 입장에 더 부합된다"고말했다. 그는 그러나 문제는 미국으로서는 가장 사소한 부분이라도 미국과 가치관들을 공유하고 있지 않은 이들 나라에 지나치게 많은 것을 주거나 가까워지는 것을 원치 않고 있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 엄남석특파원 eomn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