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부시 미국 대통령이 대테러 정책에 대한 미국민의 사기 진작과 국제적 연대 형성에 애쓰는 가운데 애초 강경했던 발언과 정책들이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고 BBC방송이 3일 진단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1일 테러사건 직후 '전쟁'이라는 표현을 자주 써가며 극단적인 응징도 불사하는 것처럼 보였던 부시 대통령의 대응 강도는 발언 내용과 정책면에서 확연히 누그러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당초 테러에 대한 무력 응징을 천명한 부시 대통령은 이제 외교적인 대화에 더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영향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부시 대통령의 안보 각료팀이 까다로운 문제와 부딪쳐 고군분투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강경일변도 발언은 그동안 계속 변했다. 부시 대통령은 처음에는"전세계 지도자들이 테러리스트 근절을 위한 미국의 정책에 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이는 21세기의 첫 전쟁"이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그의 말은 수차례 변했다. 또 처음에 그는 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을미국의 적이라고 규정하고 전략적 목표는 탈레반 정권 붕괴라고 말했다가 나중에는단지 아프간인들이 변화를 달게 수용할 것을 제안한 것이라고 완곡히 표현했다. 부시 대통령은 "(탈레반 정권 전복의) 최선책은 탈레반에 신물을 느낀 아프간인들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이러한 발언 강도의 변화는 부시 행정부내부에서 이를 둘러싼 격론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국제안보문제연구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외교관 출신의 토니 코데스먼은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이 이라크 등 테러를 지원하는 국가에 대해 행동을 취하자는 강경발언을 한뒤 논쟁이 벌어졌으며, 국방부 내에서는 이번 테러 사건이 정부가 직접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월포위츠 부장관 주축의 강경론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딕 체니 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담당 보좌관 등 강한개성을 가진 사람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국무부와 국방부 사이의 이견이 현안의 관점을 뚜렷이 부각시키고 있다. 코데스먼은 미 행정부 막후에서 논쟁이 격렬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고 "파월장관은 논쟁 속에 있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이라면서 "파월은 그러나 이라크를 더욱 억제하는 것에는 찬성하면서 군사 공격을 가해야 하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하고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무부 내에서 파월 장관은 여느 때보다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월포위츠 부장관이 지난 주말 벨기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본부 건물에서 기자 브리핑을 맡을 때 그는 처음 자신의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 군사 공격이 "시급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에드워드 워커 국무부 중동담당 차관은 "월포위츠 부장관이 내가 알고 있는 행정부 내의 사람 전부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그를 존경하지만, 다른 견해를가지고 있으며 그의 논리는 현 시점에서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지적했다. 워커 차관은 파월 장관이 이끌고 가는 외교 전략이 무난하다면서 최고 수준의진용을 갖춘 국무부 정책 수행에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워커 차관은 "외무 업무를 그만두기 전 파월 장관과는 5개월간 일했었다. 파월장관으로부터 생애 그렇게 개인적으로 깊은 인상을 받은 적이 없었다"면서 "그의 통찰력과 정책, 결심은 바르며 미국 수호심 또한 올바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주 일레나 로스-레티넨(민주.플로리다) 하원의원은 미국이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지에 대해서 짚어볼 필요가 있다면서 "파월 장관은 합참의장이었을 때 `우리의 군사적 목적은 정치적 목적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로스-레티넨 의원은 "아프간을 비롯한 서남아시아에서의 그러한 정치적 목적은인권과 시민의 자유, 종교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으로 대표되는 복합적인 사례들을지지하고 촉진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특파원 c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