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라비아의 억만장자 알 왈리드 왕자는 미국의 테러 사태에도 불구하고 4억달러의 미국 기업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2일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알 왈리드 왕자는 미국과 유럽의 주식 10억 달러어치를 매입하겠다는 당초 계획에 따라 테러 발생 이후에도 매수세를 늦추지 않고 기술주 등을 추가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 왈리드 왕자는 테러 발생 1주일 뒤인 지난달 17일에는 미국 경제는 견실하다면서 보유주식을 내다팔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알 왈리드 왕자는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최근 주식을 사들인 것은 미국 금융시장을 지원하려는 정치적 의도라기 보다는 경제적 고려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지금은 매수의 기회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식시장의 추가 하락을 예상하고 있지만 천천히 종목을 고를 생각이라면서 "5-10년을 기다릴 수 있는 장기투자자들에게는 지금과 앞으로 몇달 동안이 매수의 기회"라고 말했다. 알 왈리드 왕자는 이번에 사들인 주식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최근 미국 증권당국에 제출된 신고서에 따르면 9월 한달간 온라인 여행사인 프라이스라인 닷컴의 지분이 5.4%로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매수로 그가 보유한 기술주의 평균 매수가와 장부평가액은 상당부분 낮춰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알 왈리드 왕자는 기술주 보유로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다는 일부 보도는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알 왈리드 왕자는 기술주에 '몰빵'한 적은 없다면서 자산의 절반은 시티그룹에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개인보유자산이 2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왈리드 왕자는 세계금융시장에서 널리 알려진 '큰 손'이다. 그는 미디어, 은행, 호텔, 항공사, 컴퓨터회사, 자동차 메이커, 부동산회사 및 첨단기술기업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