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 내부에 균열조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아프간 전역의 지방 사령관들은 10대 소년은 물론50대 이상의 노령층까지 무차별적으로 주민들을 강제 징집하고 있는 것으로 29일 밝혀졌다. 아프간내 전략거점 중 하나인 난가하르주(州) 주도 잘랄라바드와 쿠나르주(州)주도 아사다바르의 합동사령관인 물라 아크다르 하카니는 연합뉴스와 가진 전화회견에서 이같이 밝히고, 자신이 관할하는 두 지역에서만 이번 주까지 총 1만2천명이 새로 징집됐다고 전했다. 아크다르 하카니 사령관은 "아프간 군대에는 계급도 유니폼도 없다"면서 "오로지 알라의 부르심을 받은 물라(스승)들과 그들을 따르는 무자헤딘(전사)들이 미국침략자를 향한 지하드(성전)를 외칠 뿐이다"고 말했다. 그는 잘랄라바드 시 외곽을 따라 수백개의 참호가 구축됐으며, 산악지대와 민감한(sensitive) 요충지마다 견착식 스팅어 미사일과 대공포, 자동화기 등으로 무장된무자헤딘 정예요원들이 배치됐다고 전했다. 아크다르 하카니 사령관은 징집령에 대해 "그들(무자헤딘)은 모두 자원자들이다.미국을 무찌르겠다고 모스크로 찾아온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프간.파키스탄에서 노령층으로 분류되는 50대 주민들까지 강제 동원되는 상황에 비춰볼 때 탈레반측이 동요하는 주민들을 전시체제에 동원하는데 상당한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아크다르 하카니 사령관은 이어 오사마 빈 라덴의 측근 중 한명으로 알려진 아프간 민병대 지도자 물라 압둘 라흐만이 최근 직접 전면에 나서 잘랄라바드 시내 연설을 통해 `독전'을 외쳤다고 전했다. 이에대해 파키스탄 소식통은 아프간 전역의모스크를 통해 각 지방의 주민들을 강제 징집하는 모종의 작전을 벌이고 있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한편 탈레반 최고 지도자 물라 모하마드 오마르는 자신의 최측근인 잘라루딘 하카니를 이번 전시체제의 총사령관으로 임명했다고 파키스탄 소식통이 전했다. 잘라루딘 하카니는 특히 미국이 80년대 아프간의 대소항전 당시 지원했던 견착식 스팅어 미사일 70기를 보유하고 휘하에 6만여명의 전사들을 거느린 유명한 군벌로, 탈레반 지도부는 현재 43기에 불과한 스팅어 미사일 전투력을 강화하기 위해 그를 적극 끌어 들였다고 이 소식통은 말했다. 잘라루딘 하카니는 미국으로부터 스팅어 미사일을 중개해 도입했던 아프간 무기상 압둘 살람 로케티가 96년 돈 문제로 원한을 사 암살된 뒤 주인을 잃어버린 스팅어 미사일을 대거 수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슬라마바드.페샤와르=연합뉴스) 옥철특파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