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집권 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이 '부패 척결'을 경제 성장 다음으로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대대적인 부패방지 운동에 진력해왔으나 정쟁 등 정치 위기 상황의 심화로 반부패 운동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고 홍콩의 한 시사 주간지가 논평했다. 영문 주간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는 '부패 척결운동 본격화(Graft-busters Hit the Streets)'란 제목의 최신호(10월4일) 특집 기사에서 한국 정부가 예금보험공사를 비롯한 각종 감독기관들을 '부패 척결 전선'에 투입, 강도 높은 사정 작업을 벌이는 등 정부의 '부패와의 전쟁'이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기사 내용 요약.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난 96년 전두환과 노태우 등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부패 혐의로 체포한 데 이어 자신의 아들도 같은 혐의로 구속 수감되는 등 한국사회에는 초대 대통령 이승만 정권 이후 부패가 만연돼왔다. 김대중 대통령은 집권 후 '강도 높은 사정작업이 없으면 외국 투자자들이 경제 회복 정책을 외면한다'는 점을 감안해 '부패와의 전쟁'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왔다. 6년 전 은행 파산시 예금 지불을 위해 설립된 예금보험공사는 부실은행에 투입된 공적 자금 회수는 물론 97년 경제위기 때 부정 취득한 돈을 갖고 도피한 경제범들을 추적, 잡아오는 일도 맡는 등 사정작업의 최전선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재벌들에게 투명한 회계 관행을 요구, 관철시켰으며 지난 6월 통과된 반부패법에 따라 범법자를 중형에 처하고 제보자는 보호하는 등 반부패 운동의 성과도 보이고 있다. 김대중 정부의 이러한 체계적인 반부패 캠페인은 어느 정도 지속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권의 여,야 정쟁 심화로 정부의 사정작업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원순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사정 작업 강화로 "부패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전제, "그러나 9월3일 국회에서 통과된 돈세탁 방지법 초안에 '새감독기구가 정치자금을 불시에 조사'하도록 되어 있었으나 폐기되는 등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정치권의 담합 통과 행위를 비난했다. 반부패 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의 피터 에이진 회장은 9월 서울에서 열린 회의에서 "한국의 반부패 전쟁은 올바른 궤도에 올라 있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한국정부의 반부패 투쟁의 앞날은 험난해 보인다. 한국은 올해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부패 지수' 조사 결과 91개국 중 42위에 그친 점을 감안, 사정 작업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에 실시되는 자치 단체장 선거 및 대선을 앞두고 파당 정치 심화로 인해 정부의 부패병 치유 노력이 침해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내년의 투명성 지수를 높이는 길이 될 것이다. (홍콩=연합뉴스) 홍덕화특파원 duckhwa@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