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이 미국 여객기 납치 테러의 배후 인물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에게 자진 출국을 권고하는 아프간 성직자회의의 결정을 전달했다고 압둘 살람 자에프 파키스탄 주재 탈레반 대사가 27일 밝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빈 라덴의 소재를 모른다고 잡아떼온 탈레반의 이런 행동은탈레반이 빈 라덴의 행방은 물론 접촉 방법도 알고 있다는 점을 처음 시사하는 것이어서 시선을 끌고 있다. 자에프 대사는 이날 "빈 라덴이 성직자 회의가 결정한 권고 내용과 이를 탈레반최고 지도자 모하메드 오마르가 승인했다는 사실을 접수했다"며 "그는 현재 실종 상태는 아니지만 일반인들과 접촉은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에프 대사는 자진 출국 권고가 빈 라덴에게 어떻게 전달됐는지, 그가어디에 은신 중인지는 밝히지 않았으며 자진 출국 권고에 대해 빈 라덴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아프간의 이슬람 성직자와 율법학자들은 지난 20일 카불에서 성직자 회의를 개최하고 빈 라덴에게 자진 출국을 권고하라는 결정을 내렸으나 탈레반은 23일 빈 라덴이 종적을 감춰 결정내용을 그에게 전달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빈 라덴이 행방을 감췄다는 주장은 미국의 요구를 이행하지않으려는 술책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고 빈 라덴과 아프간에 대한 공격준비에 박차를가해왔다. 미국은 연쇄 다발 테러가 발생한 후 아프간에 은신 중인 빈 라덴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탈레반에 대해 빈 라덴의 신병을 인도하지 않으면 탈레반도같은 운명에 처한다고 경고했다. 한편 오마르는 아프간이슬람통신(AIP)을 통해 발표한 성명을 통해 "미국이 아프간에 개입하면 러시아와 같은 운명에 직면한다"고 경고하고 반군 세력들이 미국이라는 외세의 지원 하에 권력을 탈취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군들은 27일 아프간 수도 카불 6㎞ 지점까지 진격해 탈레반측과 교전을 벌인후 퇴각하는 등 최근 며칠 새 탈레반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큰전과는 거두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슬라마바드 AP=연합뉴스) yc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