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이 24일 오사마 빈 라덴 및 관련 조직들에 들어가는 자금을 말리기 위한 자산동결 행정명령을 발동,금융전쟁의 첫 포성이 울렸다. 특히 다른 나라 금융기관과 국제기구들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그들이 갖고 있는 미국내 금융자산까지 동결하겠다며 동참을 촉구,논란이 일 전망이다. ◇자산동결의 내용=이번 자산동결조치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1998년 빈 라덴과 그가 이끄는 알 카에다 조직의 미국 자산을 동결시켰던 조치보다 두 가지 점에서 대폭 강화됐다. 하나는 테러조직을 이끌거나 후원하는 개인및 기구 27곳을 명시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테러조직들이 교묘하게 돈을 끌어오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자선단체도 들어있다. 또 하나는 다른 나라 금융기관이나 기구가 테러범들의 자산동결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미국 재무부가 직권으로 이들이 미국에 갖고 있는 자산을 동결하겠다고 선언한 점이다. 테러조직의 자산이 대부분 다른 나라에 있어 이들의 협조 없이는 테러조직의 생명선을 끊어버리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부시는 "테러범들의 자산을 동결하지 않거나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기구나 나라는 미국 기업들과 어떤 비즈니스도 할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다른 나라 금융기관들에 특정 조치를 취할수 있는 사법적 권한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같은 조치가 실행될 경우 상당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상 국가와 지역=부시가 강한 협조를 당부한 구체적인 나라와 지역이 어디인지는 불투명하다. 전통적으로 조세회피지역들에서 자금세탁이 이뤄지고 정체가 불분명한 자금거래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이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조세회피지역인 카리비안 섬에는 인구가 3만5천명에 불과한데도 등록된 은행은 6백여개,기업은 5만개가 넘을 정도로 복잡 다양한 금융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검은 거래는 조세회피지역 외에도 런던 뉴욕 스위스 모나코 등에서도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미국 시티은행도 카를로스 살리나스 멕시코 전 대통령의 동생인 라울의 검은 돈을 유치하려 했을 정도다. 그만큼 꼬리표 없는 금융거래가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테러범을 겨냥한 자산동결 협조요구는 공허하다는 지적도 많다. ◇실효성=연간 5천만달러의 수입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아프간 탈레반 정권의 마약밀매자금이 1차 공격 목표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빈 라덴의 자산동결조치가 취해진 98년 이후 실질적인 자산동결은 한 건도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일고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제임스 스타인버그 연구원은 " 테러 지원자금은 미국 정부의 감시망에 전혀 잡히지 않는 테러 동조 그룹들의 이름으로 예금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게다가 전세계에서 이뤄지는 돈세탁 자금만 해도 연간 5백억~1천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돼 미국 정부가 금융전쟁의 전선을 모두 제압할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