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일 러시아가 중앙 아시아국가들과 함께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위해 "인도적 목적의 항공기에 대해" 영공을 개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와 함께 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에 저항하고 있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아프간 반(反)탈레반 정권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필요하다면 아프가니스탄 작전에 따른 "국제적인 수색 및 구조 임무에" 러시아가 참여할 준비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TV 대(對)국민 연설을 통해 "러시아가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 주도의 작전에서 인도적인 목적의 항공기에 영공을 개방할 것"이라고 밝히고, "중앙아시아 국가들과도 이같은 방침에 합의했기 때문에 이 국가도 같은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가 필요하다면 수색 및 구조작업에 참여할 준비도 갖추고 있다"고 밝히는 한편 자국이 탈레반 정권에 저항하고 있는 북부동맹을 군사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9.11 테러 대참사가 발생한지 2주만에 나온 것으로, 푸틴은 이날 소치에서 휴가를 마치고 귀경한뒤 유력 정치인들과 잇따라 회동했다. 겐나디 라이코프 국민의원당 당수는 푸틴과 회동을 마친뒤 의원들이 대통령의 방침을 "100% 지지하고 있다"고 선언했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실패했던 지난 1979~1989년 소련의 아프간 침공에 대한 기억으로 이번 사태에 대한 개입을 적극 반대하고 있다. 소련은 당시 아프간 개입으로 1만5천명의 장병을 잃었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국방장관 역시 푸틴의 이날 발언에 앞서 러시아가 미국 테러를 계기로 아프간 대(對)테러작전에 개입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었다. 정치권도 미국이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중앙아시아 지역에 장기 주둔하게될 경우 자국과 '접경한' 이들 영토에 대한 자국의 영향력이 축소될 것을 우려해왔다. 그러나 푸틴은 이날 미국 주도의 아프간 대(對) 테러작전에 대한 지원 방침을 밝히는 한편, 미국 역시 2년 가까이 끌어오고 있는 러시아의 체첸 테러범들과의 전쟁을 지원해 줄 것을 촉구함으로써 일종의 "거래"를 제안했다. 그는 이밖에 이날 체첸내 불법 무장 세력들에게 국제 테러범 및 테러 조직과의 접촉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72시간내에 무장해제를 위한 협상을 가질 것을 제안했다. 중앙아시아의 투르크메니스탄과 카자흐스탄은 이미 미국 주도의 테러작전을 위해 인도적 목적의 항공기에 대해 영공을 개방할 것이라고 선언했고, 흑해연안의 우크라이나 역시 일부 미국 항공기들에게 영공을 개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즈베키스탄 관리들은 미국 정찰기들이 이미 중앙아시아 지역에 배치됐다고 전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대(對) 아프간 공격 준비가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탈레반 정권 역시 24일 자국에서 30만명을 추가 모병했다고 밝히는 등 대미 항전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24일 카타르의 '알 자제에라' TV에 따르면 미국 테러의 배후로 지목되는 오사마빈 라덴 역시 팩스를 이용한 성명을 통해, "파키스탄의 이슬람 형제들이 모든 수단을 다해 파키스탄 및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십자군 전쟁에 저항할 것"을 촉구했다. (모스크바 = 연합뉴스) 이봉준특파원 joon@yonhapnews.co.kr